[묵상] 2026년 10월 17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우리는 내가 믿는 바나 가치관을 세상 사람들에게 당당히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혹시 남들에게 배척받지는 않을까,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손해를 보지 않을까 두려워 머뭇거리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속의 눈치와 두려움을 넘어, 신앙인이 세상에서 가져야 할 담대한 고백의 자세를 일깨워 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루카 12,8). 오늘 말씀은 바쁜 일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세상 한가운데서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당당히 고백하고 있는지, 우리 자신을 겸손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교회 신자들의 신망과 사랑을 전해 듣고 하느님께 끊임없이 감사를 바치며 기도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지혜와 계시의 영’을 부어주시어 우리가 하느님을 온전히 알게 되고, 우리 마음의 눈을 환히 밝혀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를 죽은 이들 가운데서 살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고, 그분을 만물 위에 세우시어 교회의 머리로 삼으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 안에서 만물을 채우시는 분의 충만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 앞에서 당신을 고백하는 이들을 천사들 앞에서 아는 사람이라 고백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엄히 경고하십니다. 이어서 주님께서는 회당이나 관아에 끌려갈 때 어떻게 대답할지 염려하지 말라고 하시며,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하고 안심시켜 주십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깊은 신뢰와 성령의 은혜는, 세속의 박해나 시련 앞에서도 두려움 없이 복음을 증언하게 하는 거룩한 힘으로 이어집니다.


오늘 우리가 기쁘게 기억하는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는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온몸으로 살아내신 거룩한 목자였습니다. 성인은 사형 선고를 받고 로마의 검투장으로 끌려가면서 교우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나는 하느님의 밀알입니다. 맹수들의 이빨에 갈려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 이냐시오 주교는 사람들의 시선이나 맹수의 이빨이라는 두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성령이 주시는 지혜와 용기로 예수 그리스도를 당당히 고백하셨습니다. 성인은 내 힘이 아니라,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성령의 도우심으로 승리하는 순교의 기쁨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날 박해 시대처럼 칼로 신앙을 위협하는 세상은 아니지만, 무한 경쟁과 세속주의 그리고 신앙을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역시 일상의 영적 전투터와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나와 함께 서 있을 때 성령께서 너에게 지혜와 힘을 부어주실 것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을 믿고 고백하는 우리를 결코 혼자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세상의 평판이나 시련 때문에 위축되지 맙시다. 내가 해야 할 말을 그때에 일러주시는 성령의 손길을 깊이 신뢰합시다. 성 이냐시오 주교처럼 내 삶의 자리에서 겸손히 하느님의 밀알이 되어 살아갑시다.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알려 주실 것이다" 하신 주님의 약속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참된 승리와 구원의 기쁨 속에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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