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12일 연중 제28주간 월요일


우리는 살면서 하느님의 존재나 그분의 사랑을 확실하게 느끼고 싶어 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주님, 저에게 눈에 보이는 명확한 표징을 보여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더 잘 믿겠습니다" 하고 기도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군중이 예수님 주변으로 몰려들자, 주님께서는 기적과 표징만을 요구하는 세속적인 마음을 향해 단호하면서도 안타까운 일침을 가하십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다른 표징을 받지 못할 것이다”(루카 11,29).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표징은 눈앞의 화려한 기적이 아니라, 우리 가운데 이미 와 계신 예수 그리스도 당신 자신임을 오늘 말씀이 깨우쳐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아브라함의 두 아들인 여종 하갈의 아들과 여주인 사라의 아들을 비유로 듭니다. 하갈의 후손은 율법이라는 종살이에 메여 있지만, 약속을 통해 태어난 사라인의 후손은 참된 자유를 누립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종의 자녀가 아니라 자유를 누리는 약속의 자녀임을 선포하며 이렇게 격려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자유롭게 하시려고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그러니 굳건히 서서 다시는 종살이의 멍에를 메지 마십시오”(갈라 5,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니네베 사람들에게 회개의 표징이 되었던 요나 예언자 그리고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땅끝에서 찾아왔던 남방 여왕의 이야기를 들려주십니다. 이방인이었던 니네베 사람들은 요나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였고, 남방 여왕은 지혜의 말을 들으려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이들은 요나보다 더 크시고 솔로몬보다 더 크신 예수 그리스도를 눈앞에 모시고서도 회개하지 않고 다른 표징만을 요구했습니다. 율법의 종살이에서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를 누리는 약속의 자녀는, 자꾸만 세속의 눈앞에 보이는 기적이나 조건(표징)을 찾기보다 십자가와 부활의 표징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회개하는 이들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요나 예언자의 표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사흘 만의 부활을 상징합니다. 세속의 기적이나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육체적인 치유, 물질적 축복만을 찾을 때 우리의 신앙은 조금만 시련이 와도 흔들리는 종의 신세가 됩니다.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몸을 내어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야말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세상에서 가장 크고 완벽한 사랑의 표징입니다. 우리가 이미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이라는 거룩한 표징을 모시고 살면서도, 여전히 세상의 덧없는 조건과 기적만을 바란다면 니네베 사람들과 남방 여왕이 단죄할 만큼 안타까운 신앙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적인 성과와 확실한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은총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해결책만을 찾으려 하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내가 이미 너와 함께 있다. 나를 바라보아라." 묵주 기도 성월을 지내는 이때, 성모님의 손을 잡고 묵주 알을 굴리며 주님의 환희와 고통, 영광의 신비를 묵상할 때, 우리는 내 일상의 소소한 순간 속에서 이미 일하고 계시는 주님의 거룩한 표징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율법의 종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값으로 자유를 얻은 하느님의 고귀한 자녀들입니다. 더 이상 세속의 덧없는 표징이나 눈앞의 기적을 찾아 마음을 빼앗기지 맙시다. 요나보다 더 크시고 솔로몬보다 더 지혜로우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미 우리 마음과 성체 안에 함께 계십니다. 오늘 하루,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이라는 최고의 표징을 품고, 주님이 주시는 참된 자유와 기쁨을 마음껏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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