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8일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우리는 살면서 간절하게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은근한 의구심을 품을 때가 있습니다. "내가 이토록 기도하는데 하느님께서 과연 듣고 계실까?", "왜 내 기도는 즉시 응답받지 못할까?" 하고 조급해하거나 낙심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중에 찾아온 벗의 비유를 통해, 우리가 기도의 자리에서 가져야 할 신뢰와 확신이 무엇인지를 밝히 일깨워 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갈라티아 교회의 신자들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율법의 행위로 성령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믿음으로써 성령을 받은 것인지 물어봅니다. 신앙의 삶은 인간적인 공로나 의로운 행위로 시작해서 육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령과 믿음을 통해 완성되는 은총의 여정임을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중에 찾아와 빵 세 개를 꾸어 달라고 졸라대는 벗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한밤중이라 문이 잠겼을지라도 끈질기게 졸라대면, 일어나 필요한 만큼 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물며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청하는 이들에게 좋은 것, 곧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고 약속하십니다. 바오로 사도가 선포한 '성령을 선물로 받는 믿음'은, 하느님을 자애로운 아버지로 신뢰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청하는 기도를 통해 우리 삶에서 비로소 풍성하게 체험됩니다.
오늘 주님께서 약속하신 "청하여라, 찾으라, 문을 두드려라"라는 말씀은 내 욕심대로 모든 것을 이루어 주시겠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이 기도의 핵심은 ‘하느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가’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있습니다. 자식이 생선을 청하는데 뱀을 주고, 계란을 청하는데 전갈을 줄 부모는 세상에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는 당장의 세속적 응답보다, 우리 영혼에 가장 필요한 ‘최선의 것’을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 기도하는 자녀에게 주시는 가장 응축된 선물은 바로 ‘성령’입니다. 성령을 모실 때 우리는 시련을 이겨낼 지혜와 평화 그리고 주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룩한 힘을 얻게 됩니다. 우리가 율법의 행위나 공로를 내세우며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은혜를 의지하여 기도할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기도를 당신의 거룩한 때에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응답해 주십니다.
오늘날 즉각적인 결과를 요구하고 효율성을 따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도는 종종 조급함과 포기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포기하지 말고 문을 두드려라. 내가 이미 너의 기도를 듣고 있다." 묵주기도 성월인 이때, 묵주 알을 하나씩 넘기며 성모님처럼 겸손히 기도할 때, 성모님께서는 우리 기도가 멈추지 않도록 손을 잡아주십니다. 당장 내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지라도, 하느님께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위해 성령의 은혜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청하기 전에 이미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아시는 자애로운 아버지이십니다. 내 한계나 조급함 때문에 기도의 자리를 떠나지 맙시다. 십자가의 복음과 성령의 은혜를 믿고, 자애로우신 하느님 아버지의 문을 끈기 있게 두드립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하신 주님의 약속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성령의 풍성한 은혜 안에서 참된 평화와 희망을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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