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15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오늘 제1독서는 대사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나약함을 짊어지시고 바치신 기도를 조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계실 때, 당신을 죽음에서 구하실 수 있는 분께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와 탄원을 올리셨고, 하느님께서는 그 경외심 때문에 들어 주셨습니다”(히브 5,7).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아들이셨지만 친히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고, 마침내 완전하게 되시어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원천’이 되셨습니다.
오늘 복음은 바로 예수님의 수난과 순종이 피로 물들던 십자가 현장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가 서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다"(요한 19,26-27). 예수님께서 고난을 통해 아버지께 순종하셨듯, 성모님 역시 아들의 고통을 온 영혼으로 나누시며 하느님의 구원 신비에 온전히 순종하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님의 유언에 따라 온 인류와 교회의 거룩한 어머니로 거듭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의 모습 가운데 가장 가슴 깊이 와닿는 표현은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는 그분의 어머니가 서 있었다”라는 대목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무서워서 도망치지도, 절망하여 쓰러지지도 않으셨습니다. 아드님의 구원 사업에 온전히 협력하기 위해, 영혼을 찌르는 아픔 속에서도 믿음과 사랑으로 꿋꿋이 서 계셨던 것입니다. 성모님의 십자가 발치의 침묵은 하느님을 향한 불평이나 원망이 아니었습니다. 히브리서의 말씀처럼 주님의 뜻에 자신을 완전히 내어맡기는 순종의 기도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 요한에게 성모님을 어머니로 모시게 하셨듯, 오늘날 고통받는 우리 역시 십자가 아래에서 성모님의 따뜻한 품에 안기게 되었습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며 우리들 저마다 견디기 힘든 삶의 십자가를 안고 살아갑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자녀의 방황이나 병고 앞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부모의 무력함,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움과 삶의 고단함. 내가 겪는 고통이 너무나 가혹하여 "하느님, 왜 나에게만 이런 아픔을 주십니까?" 하며 외롭게 울부짖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하십시오. 우리가 고통받는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셨던 그 자리에 서 계셨던 성모 마리아께서 똑같은 마음으로 우리 곁에 함께 서 계십니다. 큰 소리로 부르짖고 눈물을 흘리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가장 잘 아시는 성모님께서, 오늘 우리의 눈물과 탄식을 당신 거룩한 손으로 보듬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 고난을 통해 순종을 배우시고 완전하게 되셨듯, 우리 역시 삶의 고통과 시련을 통해 영적으로 깊어지고 하느님의 자비를 깨닫게 됩니다. 우리의 삶에 어떤 비바람과 시련이 밀려올지라도 결코 낙심하지 맙시다. 십자가 발치에 서 계셨던 성모님께서 지금도 우리 삶의 현장에 함께 계시며, 우리를 영원한 구원의 원천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인도해 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님의 거룩한 도우심과 주님의 자비 안에서 참된 위로와 희망을 얻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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