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1월 3일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우리는 누군가에게 정성을 다해 식사를 대접하거나 중요한 모임에 초대했는데, 상대방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했을 때 깊은 서운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은총의 기회와 기도의 시간을 마련해 주셨을 때, 우리 역시 "지금은 너무 바빠서요", "일이 먼저라서요" 하며 주님의 손길을 슬그머니 뿌리친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베푸시는 주인의 간절한 마음을 비유로 들려주십니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베풀고 많은 사람을 초대하였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양해를 구하기 시작하였다”(루카 14,16.18). 오늘 말씀은 주님이 마련해 주신 거룩한 생명의 잔치 앞에서, 우리가 과연 세상의 바쁜 일상을 핑계 삼아 주님의 초대를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영혼의 모습을 정직하게 비추어 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교회의 가장 아름다운 신앙고백 중 하나인 ‘그리스도 찬가’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바로 그 마음을 여러분 안에 간직하십시오” 하고 권고합니다.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으면서도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당신 자신을 비워 종의 모습을 취하시며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신 예수님의 겸손을 노래합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큰 잔치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초대받은 이들은 밭을 샀다고, 겨릿소를 샀다고, 장가를 들었다고 핑계를 대며 잔치를 외면합니다. 그러자 주인은 분노하며 종에게 명합니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먼 이들과 다리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 종이 그렇게 하고도 자리가 남았다고 하자, 주인은 다시 큰길과 울타리 쪽으로 나가 사람들을 억지로라도 데려와 내 집을 채우라고 명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철저히 비우시어 십자가를 통해 마련하신 구원의 식탁은, 세상의 조건이나 계산으로 채워지는 자리가 아니라,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가난하고 겸손한 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은총의 잔치임을 두 말씀이 함께 선포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비유에서 잔치를 거절한 이들의 공통점은 '자기 일에 배가 불러 있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밭과 소와 가정이라는 세상의 소유와 안정에 눈이 멀어, 하느님이 거저 주시는 영원한 생명의 가치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무한한 생존 경쟁과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역시 복음 속 사람들의 핑계와 닿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부드러운 눈길로 말씀하십니다. "네 핑계를 거두고 내게 오너라. 내가 너를 위해 십자가의 식탁을 차려 놓았다." 위령 성월을 지내는 이 계절, 먼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할 때 우리는 인생의 밭이나 재물이 영원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직 하느님의 사랑과 그분께 드린 응답만이 영원히 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를 위해 가장 풍요로운 은총의 잔치를 활짝 열어 두고 계십니다. 주님의 집에는 아직도 자리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세상의 헛된 일에 마음을 빼앗겨 은총의 부르심을 거절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맙시다.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겸손한 마음, 가난하고 낮은 마음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달려갑시다. "오너라. 이제 준비가 다 되었다" 하신 주님의 따뜻한 음성에 온 마음으로 응답하며, 오늘 하루도 하느님 나라의 잔치 안에서 참된 평화와 기쁨을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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