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9일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우리는 살면서 정성껏 집 안을 청소하고 정리해 놓아도, 오랫동안 비워 두면 금세 먼지가 쌓이고 잡동사니가 차오르는 것을 보곤 합니다. 우리 마음의 방도 이와 같습니다. 아무리 나쁜 마음을 버리고 정돈했다 할지라도, 그 빈 자리를 참된 주인이신 하느님으로 채우지 않으면 어느새 세상의 온갖 염려와 유혹이 밀고 들어와 우리를 흔들어 놓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 영혼의 상태를 집으로 비유하시며, 신앙인이 마음에 품고 살아야 할 영적 주인이 누구인지를 일깨워 주십니다.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루카 11,24-26).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율법의 행위로 의롭게 되려 하는 이들의 오류를 지적합니다. 사람이 의롭게 되는 것은 율법을 완벽히 지키는 행위가 아니라, 아브라함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려 모욕과 저주를 받으심으로써, 우리가 성령의 약속을 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마귀를 쫓아내시자, 어떤 이들은 예수님이 마귀의 두목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모함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서로 갈라선 나라는 망한다 하시며 당신이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하고 선언하십니다. 더 나아가 집을 청소만 해두고 비워두면 더 악한 영들이 들어와 거처를 잡게 되듯, 주님과 함께하지 않는 사람은 주님을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경고하십니다. 바오로 사도가 선포한 '십자가의 믿음으로 성령을 받아 누리는 삶'은, 하느님의 손가락, 곧 성령의 권능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시어 악의 세력을 몰아내는 삶으로 연결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신앙의 길에서 ‘어중간한 중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죄를 짓지 않고 정결하게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음의 방을 비워둔 채 방치하면, 세상의 교만과 탐욕, 분노라는 더 악한 영들이 찾아와 내 영혼을 사로잡게 됩니다. 더 강한 분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내 마음의 중심에 모실 때, 그 어떤 마귀나 세속의 유혹도 감히 우리를 넘보지 못합니다. 우리가 율법적인 의로움이나 개인의 도덕적 완성에 빠져 있을 때 우리 영혼은 겉으로는 깨끗해 보일지 몰라도 속은 비어 있게 됩니다. 십자가에서 나를 위해 몸을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믿고, 그분의 사랑과 말씀으로 내 마음의 빈자리를 가득 채워야 합니다.
오늘날 시끄럽고 화려한 자극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잠시만 방심하면 세속의 생각들로 채워지기 쉽습니다. 내 안의 이기심이나 미움을 덜어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자리에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채우지 않아 똑같은 죄를 되풀이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며 말씀하십니다. "내 권능과 사랑으로 너의 마음을 채워라." 묵주기도 성월을 지내는 이때, 묵주 알을 굴리며 성모님의 순종과 사랑을 묵상할 때, 우리 마음의 빈자리에는 세속의 불안 대신 성령의 거룩한 평화와 기쁨이 가득 차게 됩니다.
우리를 의롭게 하시는 분은 오직 나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세상의 헛된 것에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지 맙시다. 내 힘과 의로움만을 믿고 교만해지지 맙시다. 날마다 내 영혼의 집을 하느님의 말씀과 성령의 은혜로 가득 채웁시다. 강한 자를 이기시고 우리에게 참된 승리를 주시는 주님 안에서, 오늘 하루도 참된 평화와 구원의 기쁨을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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