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6일 연중 제27주간 화요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고 늘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가족을 위해, 직장을 위해, 심지어 성당 봉사를 하면서도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지?" 하며 마음이 분주해지고 초조해지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셨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집으로 모시고 시중드는 일로 분주했던 마르타와,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던 마리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인생의 진정한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를 들려주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마리아는 좋은 몫을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자신의 경이로운 회개 사건을 고백합니다. 그는 과거 유다교에 몸담았을 때 하느님의 교회를 열렬히 박해하던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은총으로 그를 모태에서부터 선별하시어, 당신 아드님의 복음을 이방인들에게 전하는 그릇으로 불러주셨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 놀라운 변화는 자신의 공로나 열심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은총과 주님과의 깊은 인격적 만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십니다. 마르타는 귀한 손님을 대접하는 일로 마음이 산만해져, 동생 마리아가 자신을 돕지 않는다고 불평을 터뜨립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르타의 정성 어린 봉사 자체를 비판하신 것이 아니라, 분주함 때문에 마음의 평화를 잃고 주님과의 관계를 뒤로 미루는 영적 불균형을 지적하십니다. 반면 마리아는 주님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들음으로써 결코 빼앗기지 않을 '좋은 몫'을 선택하였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고 복음 선포자로 거듭난 원동력과 마리아가 선택한 가장 좋은 몫은, 모두 ‘주님의 말씀과 은총 안에 머무르는 삶’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음을 두 말씀이 함께 비추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필요한 한 가지'는 주님과의 인격적인 교제, 곧 ‘주님 발치에 앉아 말씀을 듣는 영적 머묾’입니다. 마르타는 주님을 위해 일하려 노력했지만, 정작 일 자체에 매몰되어 주님 자신을 바라보지 못했고, 결국 마음에는 불평과 산만함만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내가 주님을 위해 무언가를 하기 전에, 먼저 주님이 나에게 부어주시는 은총과 말씀을 겸손히 받아들이는 가난한 마음을 선택했습니다. 하느님의 일을 한다는 명목으로 기도를 소홀히 하고 주님과의 만남을 뒤로 미룰 때, 우리의 봉사는 기쁨이 아니라 집착과 원망으로 변하기 쉽습니다. 바오로 사도처럼 참된 변화와 열매는 내가 애써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 머물 때 비로소 거저 주어지는 은총입니다.

오늘날 수많은 정보와 끝없는 업무 그리고 스마트폰의 쉴 새 없는 알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영혼은 늘 지쳐 있고 산만하기만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찾아오시어 마음의 고요를 찾으라고 하십니다. 묵주기도 성월에, 묵주 알을 굴리며 성모님처럼 "주님의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하고 주님 발치에 앉아 고요히 쉴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영혼의 안식과 참된 평화를 회복하게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진정으로 바라시는 것은 수많은 성과나 화려한 대접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 자신'이며, 우리와 함께 나누는 깊은 사랑의 교제입니다. 수많은 일 때문에 걱정하며 마음을 산만하게 빼앗기지 맙시다. 우리 삶의 모든 활동과 봉사의 출발점을 '주님의 말씀 경청'에 둡시다. 오늘 하루, 마리아처럼 주님 발치에 겸손히 앉아 영원히 빼앗기지 않을 좋은 몫을 선택함으로써, 하느님이 주시는 진정한 평화와 기쁨을 가득 누리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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