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31일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 싶어 하는 세속의 욕망을 자주 마주하곤 합니다. 세상은 우리에게 끝없이 자신을 내세우라고, 높은 자리에 앉아 권력을 누려야 승리자라고 부추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의 지도자 집에 식사하러 가셨을 때, 초대를 받은 이들이 윗자리를 차치하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십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해 천국의 질서를 뒤흔드는 명쾌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루카 14,11). 10월 묵주 기도 성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주님의 이 말씀은 세속의 헛된 명예를 내려놓고 하느님 대전에 가장 겸손한 모습으로 서 있는지 우리 영혼을 겸손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힌 처지에서도 오직 그리스도만이 당신 몸을 통하여 당당하게 영광을 받으시기를 열망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실 나에게는 삶이 곧 그리스도이며 죽는 것이 이득입니다”라는 가슴 벅찬 고백을 바칩니다. '나'라는 존재의 잘남이나 세상의 지위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완전히 낮추어 오직 그리스도만을 내 삶의 주님으로 모시는 완벽한 겸손의 모범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혼인 잔치에 초대받았을 때 윗자리에 앉지 말고 끝자리에 가서 앉으라고 비유로 가르치십니다. 높은 자리에 앉았다가 더 귀한 손님이 와서 끝자리로 쫓겨나는 수치를 당하지 말고, 스스로 낮은 자리를 선택할 때 초대한 이가 다가와 "여보게, 윗자리로 올라앉게" 하고 높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보여준 '자신을 비우고 그리스도만을 높이는 삶'은, 혼인 잔치의 비유를 통해 겸손히 끝자리를 선택하는 이가 하느님 나라에서 높아진다는 진리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신 ‘낮아짐’은 단순히 겉으로 겸손한 척하는 세속적인 처세술이 아닙니다. 세상은 내 힘으로 높아지라 말하지만,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께서 친히 높여주시는 나라’입니다. 내 공로나 위치를 내세우지 않고 스스로 끝자리에 앉는 이는,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이심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오늘로 마무리되는 묵주 기도 성월 동안 우리가 늘 바라보았던 성모 마리아야말로 겸손의 길을 가장 완벽하게 걸으신 분이십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하고 당신 자신을 가장 낮추셨을 때, 하느님께서는 비천한 당신 종을 굽어보시어 온 세대에게 칭송받는 어머니로 높여 주셨습니다.
오늘날 남들에게 나를 과시하고, 끊임없이 대접받고자 하며, 타인보다 우위에 서려 애쓰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자칫 영적 교만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 마음의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네 공로를 내세우려 애쓰지 마라. 내 곁의 끝자리로 오너라. 내가 너를 안아 높여주겠다." 성모님의 손을 잡고 바친 묵주 기도의 은혜는 우리 마음속 교만의 거품을 꺼뜨리고, 가장 겸손한 종의 마음을 갖게 해 줍니다.
하느님 대전에서 참으로 위대한 사람은 세상에서 높은 자리에 앉은 이가 아니라, 스스로 낮아져 이웃을 섬기는 사람입니다. 내 명예나 지위를 내세우려 애쓰지 맙시다. 세속의 헛된 윗자리를 탐하지 맙시다. 나를 낮추고 이웃의 발을 씻겨줄 때, 주님께서는 친히 다가오시어 우리를 당신 영광의 자리로 높여주실 것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하신 주님의 구원 약속을 마음에 품고, 묵주 기도 성월의 마무리와 함께 날마다 겸손의 기쁨 속에서 걸어가는 복되고 은혜로운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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