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30일 연중 제30주간 금요일
우리는 법과 규칙 혹은 원칙과 명분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규칙이 있어야 질서가 유지되고 공동체가 안전해집니다. 그러나 때로 우리가 지키는 규칙이나 명분이 정작 다른 사람의 아픔을 보지 못하게 만들거나, 사랑의 실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집에 들어가신 예수님께서는 수종을 앓는 사람을 앞에 두고, 율법 교사들과 바리사이들에게 질문을 던지십니다. “안식일에 병을 고쳐 주는 것이 합당하냐, 합당하지 않으냐?”(루카 14,3). 오늘 말씀은 법과 기준이라는 냉정한 잣대 뒤에 숨어, 아파하는 이웃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마음의 영적 자세를 겸손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도 필리피 공동체의 교우들을 향한 깊은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교우들이 첫날부터 지금까지 복음을 전하는 일에 협력해 왔음을 기뻐하며 이렇게 고백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그 일을 완성하시리라고 나는 확신합니다”(필리 1,6). 바오로 사도는 교우들의 사랑이 지식과 모든 통찰로 더욱 풍성해져,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가려낼 줄 알게 되고 그리스도의 날까지 순결하고 흠 없이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바리사이들의 지켜봄 속에서 수종을 앓는 사람을 고쳐 주십니다. 율법 교사들이 아무 대답도 못 하자, 주님께서는 “너희 가운데 누가 아들이나 소가 우물에 빠지면 안식일일지라도 바로 끌어내지 않겠느냐?”하고 반문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의 율법 조항보다 고통받는 한 사람의 생명과 자비가 비교할 수 없이 귀하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주셨고, 그들의 차가운 위선을 입다물게 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기원한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가려내는 지혜와 사랑'은, 형식적인 안식일 규정보다, 아파하는 이웃의 생명을 먼저 품으셨던 예수님의 자비를 통해 온전히 완성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둘러싸고 있던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을 엿보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은 사랑의 눈이 아닌, 꼬투리를 잡고 비판하기 위한 감시자의 눈이었습니다. 규칙을 지키는지 안 지키는지 잣대를 들이대며 남을 판단하느라, 고통받는 이의 눈물은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아파하는 이를 끌어안아 고쳐주셨습니다. 하느님의 법은 사람을 얽매고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구원하기 위한 ‘사랑의 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냉정한 판단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십니다. 예수님처럼 이웃의 아픔에 즉시 손을 뻗는 자비의 일꾼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오늘날 잣대와 평가 그리고 남들의 허물을 쉽게 지적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 역시 자칫 바리사이들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남을 바라보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마음의 눈을 바꾸라고 하십니다. "네 잣대를 내려놓고, 내 마음으로 이웃을 바라보아라." 우리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하느님께서는 결코 도중에 기도를 멈추거나 우리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그리스도 예수님의 날까지 우리를 사랑과 자비의 사람으로 성숙시켜 주실 것입니다.
세상의 차가운 잣대로 남을 판단하려 하지 맙시다. 겉모습이나 명분 뒤에 숨어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맙시다. 안식일이라도 우물에 빠진 이를 즉시 끌어내어 주셨던 예수님의 뜨거운 사랑을 내 삶에서 실천합시다. "여러분 안에서 좋은 일을 시작하신 분께서 그것을 완성하시리라" 하신 기쁜 말씀 안에서, 오늘 하루도 참된 자비와 평화의 기쁨 속에서 걸어가는 복되고 은혜로운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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