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29일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우리는 예상치 못한 시련이나 세속의 압박, 혹은 사람들의 오해와 비판을 마주할 때 마음이 급격히 위축되고 두려움에 사로잡히곤 합니다. '내가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을까?', '세상의 거센 바람 앞에서 신앙인으로 바로 서 있을 수 있을까?" 하고 조바심을 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경고를 들은 예수님께서는 세속의 위협에 조금도 굴하지 않으시고 당신의 거룩한 사명을 선언하십니다. “가서 그 여우에게 이렇게 전하여라. ‘보라, 오늘과 내일은 내가 마귀들을 쫓아내며 병을 고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에는 내 일을 마친다. 그러나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루카 13,32-33). 오늘 말씀은 무서운 세속의 풍파 속에서도 우리가 주님이 주시는 단단한 믿음과 용기를 품고, 하느님의 무기로 무장하여 당당히 신앙의 길을 걸어가도록 이끌어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교우들에게 격정적인 영적 전쟁의 권고를 전합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상대는 인간이 아니라 이 어둠의 세계의 지배자들과 악령들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악마의 간계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느님의 무기로 완전한 무장을 갖추라’고 호소합니다. 진리로 허리에 띠를 띠고, 의로움의 갑옷을 입으며, 평화의 복음을 전할 준비의 신을 신고, 믿음의 방패를 잡으며, 구원의 투구와 성령의 칼 곧 하느님의 말씀을 간직하라고 당부합니다. 그리고 성령 안에서 늘 깨어 기도하라고 청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 몇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헤로데가 죽이려 하니 예수님에게 이곳을 떠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를 고치는 구원의 일을 멈추지 않으시며, 당신이 걸어가셔야 할 십자가와 부활의 길을 향해 단호하게 발걸음을 옮기십니다. 이어서 예루살렘을 바라보시며, 암탉이 제 날개 밑으로 새끼들을 모으듯 수없이 하느님의 자녀들을 품으려 했으나 외면했던 이들의 딱한 모습을 탄식하시며 애끓는 사랑을 표현하십니다. 바오로 사도가 호소한 '성령과 말씀이라는 하느님의 무장'은, 세상의 위협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인류를 사랑하시어 당신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의 결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오늘 두 말씀은 ‘세상이라는 영적 전쟁터에서 신앙인이 지녀야 할 담대한 무장’을 비추어 줍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한 무기는 타인을 공격하고 상처 주는 세속의 칼이 아닙니다. 진리, 의로움, 평화, 믿음, 구원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 무기들은 세속의 탐욕과 두려움이라는 악마의 화살을 막아내는 거룩한 방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불의한 권력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단단함을 보이셨지만, 상처받고 방황하는 영혼들 앞에서는 제 새끼를 품는 암탉처럼 지극히 부드러운 사랑을 드러내셨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흔들려 할 때, 내 힘이나 인간적인 꾀로 맞서려 하면 이길 수 없습니다. 나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의지하고, 하느님의 말씀과 기도로 무장할 때 우리는 영적 전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오늘날 세상의 조롱,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신앙의 가치가 경시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자칫 영적 위축에 빠지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오늘도 내일도 나는 너와 함께 내 길을 갈 것이다." 우리는 세속의 풍파에 쓸려 다니는 무력한 존재가 아닙니다. 십자가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피값으로 구원받아, 하느님의 거룩한 무기로 무장한 빛의 군사들입니다.

세상의 위협이나 사람들의 눈치에 마음을 빼앗겨 위축되지 맙시다. 암탉이 새끼를 품듯 우리를 감싸 안아주시는 주님의 날개 아래 머물며,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신앙의 길을 담대하게 걸어갑시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내 길을 계속 가야 한다" 하신 주님의 단단한 음성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참된 승리와 평화의 기쁨 속에서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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