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28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우리는 삶의 중요한 결정이나 선택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과연 이 길이 맞을까?', '내가 이 직분이나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하고 불안해하며 누군가의 지혜와 조언을 구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구원 사업을 세상 끝까지 이어갈 열두 사도를 뽑으시기 전, 가장 먼저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나가시어,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그들을 사도라고도 부르셨다”(루카 6,12-13). 온 밤을 지새우신 예수님의 기도로 부름받은 사도들 그리고 그 사도들의 터 위에 세워진 오늘날 교회의 거룩한 소명을 말씀 안에서 함께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고귀한 존재가 되었는지를 일깨워 줍니다. 우리는 더 이상 외국인이나 이방인이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하는 시민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며, 그 중심에는 머릿돌이자 모퉁잇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 계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각자도 서로 잘 연결되어, 하느님의 거룩한 성전으로 함께 자라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밤을 새워 하느님께 기도하신 뒤,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 가운데서 열두 사도를 선발하십니다. 오늘 우리가 특별히 기억하는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역시 이 거룩한 선택을 받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시자, 온 유다와 예루살렘 그리고 해안 지방에서 모여든 수많은 군중이 그분의 가르침을 듣고 병을 고치고자 몰려듭니다. 예수님에게서 신기한 힘이 나와 모든 사람을 고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밤샘 기도를 통해 사도들을 부르시어 당신의 구원 권능을 나누어 주신 일은, 훗날 사도들의 진실한 고백과 순교를 통해 교회가 세워지고 우리가 하느님의 한 가족이 되는 구원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 선택하신 열두 사도의 면면을 돌아보면 인간적으로 아주 뛰어나거나 완벽한 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열혈당원이었던 시몬이나 예수님께 순박한 질문을 던졌던 유다(타대오)를 비롯해, 사도들은 약점도 많고 겁도 많은 평범하고 가난한 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약함을 다 아시면서도 밤새워 기도하신 뒤 그들을 제자로 부르셨습니다. 사도들이 위대한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들을 위해 바쳐진 예수님의 밤샘 기도와 거룩한 성령의 힘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세례를 받고 교회의 일원이 되어 하느님의 성전으로 살아가는 것 역시 내 공로나 자격 때문이 아닙니다. 나를 위해 지금도 하느님 아버지 우편에서 기도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덕분입니다.


오늘날 세상의 완벽주의와 성과주의 속에서 '나는 부족해', '내 신앙은 왜 이리 나약할까?' 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용기를 잃기 쉬운 것이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바라보시며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를 위해 기도하였다. 너는 내 거룩한 성전의 보석이다." '예수 그리스도'라는 든든한 머릿돌 위에 내 삶을 놓을 때, 우리 영혼과 가정은 흔들리지 않는 거룩한 하느님의 집이 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외로운 섬처럼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사도들의 피와 땀 그리고 그리스도 예수님이라는 굳건한 모퉁잇돌 위에 세워진 하느님의 고귀한 가족들입니다. 내 나약함 때문에 낙심하지 맙시다. 타인의 허물을 보며 갈라서지 맙시다. 나를 위해 밤새워 기도하신 예수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서로 사랑의 끈으로 연결되어 거룩한 하느님의 성전으로 함께 자라납시다. "너희는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다" 하신 은혜로운 말씀 안에서, 오늘 하루도 참된 구원의 기쁨과 자부심을 품고 걸어가는 복되고 은혜로운 축일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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