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26일 연중 제30주간 월요일
우리는 마음의 무거운 짐이나 삶의 시련 때문에 영혼의 허리가 굽어진 채 앞을 보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며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세상의 근심, 타인과의 관계에서 온 상처 혹은 죄의 무게가 우리를 짓눌러 하늘을 바라볼 용기조차 잃어버리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회당에서 열여덟 해 동안이나 악령에 들려 몸이 굽어 조금도 펴지 못하는 한 가엾은 여인을 만나십니다. 그리고 그 여인을 부르시어 손을 얹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루카 13,12). 오늘 말씀은 무거운 짐으로 굽어버린 우리 삶의 자리에 찾아오시어 몸과 영혼을 일으켜 세워주시는 주님의 한없는 자비를 깨닫게 해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 용서받은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일깨워 줍니다. 서로 너그럽게 대하고 자애롭게 대하며,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어 당신 자신을 바치신 것처럼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삶’을 촉구합니다. 한때는 어둠이었지만 이제는 주님 안에서 빛이 되었으니, ‘빛의 자녀답게 걸어가라’고 권고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안식일에 몸이 굽은 여인을 고쳐주십니다. 그러자 회당장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병을 고치셨다고 분개하며 군중을 꾸짖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위선을 지적하시며, 안식일이라도 소나 나귀를 구유에서 풀어 물을 먹이러 끌고 가듯, 사탄에게 묶여 있던 아브라함의 딸을 안식일에 풀어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반대자들은 부끄러워하고, 군중은 그분께서 하신 경이로운 일에 기뻐합니다. 바오로 사도가 호소한 '하느님을 본받아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빛의 자녀의 삶'은, 형식적인 안식일 율법보다 아파하는 인간을 사탄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자비를 먼저 선택하는 모습으로 온전히 완성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회당장은 율법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열여덟 해 동안 고통받아 온 한 인간의 아픔에는 무감각했습니다. 규칙과 겉모습에 집착할 때 우리 마음은 차가워지고, 이웃의 고통을 비판의 잣대로 바라보게 됩니다. 예수님이 만드신 참된 안식일은 형식이 아니라 ‘치유와 해방 그리고 생명의 회복’이 일어나는 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억눌린 이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손을 얹으시어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바로 세워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율법의 종이 아니라 사랑의 자녀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처럼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향기로운 예물로 바치셨듯이, 우리 역시 주님께 받은 은혜로써 굽어진 이웃의 영혼을 따뜻하게 안아주어야 합니다.
오늘날 세속의 무한 경쟁과 경제적 불안 그리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상처 때문에 허리가 굽어버린 듯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복음 속 여인과 닮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손을 뻗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네 짐을 나에게 맡겨라. 내가 너를 일으켜 세우겠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죄와 세속의 무거운 짐에 눌려 살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우리를 묶고 있는 사탄의 굴레를 풀어주시고 하늘의 희망을 바라보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세상의 염려에 영혼이 굽어지지 않게 합시다. 차가운 율법과 비판으로 이웃에게 상처를 주지 맙시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서로 너그럽게 대하며 사랑 안에서 걸어갑시다. "여인아, 너는 병에서 풀려났다" 하신 주님의 구원 선언이 오늘 우리 삶에 그대로 이루어져, 참된 평화와 빛의 기쁨 속에서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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