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21일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중요한 일을 맞닥뜨리곤 합니다.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안다면 집 주인은 잠들지 않고 깨어 집을 지킬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도둑의 비유를 들려주시며 우리 영혼의 깨어있음을 강력하게 일깨워 주십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루카 12,40). 오늘 말씀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영혼의 문을 열어두고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겸손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부어주신 은총의 직무를 고백합니다. 과거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신비, 곧 이방인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해 '공동 상속자', '한 몸의 지체', '은총의 공동 참여자'가 된다는 거룩한 비밀이 바오로 사도를 통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비록 모든 성도들 가운데 가장 보잘것없는 자이지만, 그리스도의 무한한 풍요를 전하는 일꾼이 된 것이 오직 하느님의 거저 주신 은총이며 선물임을 고백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이 비유가 제자들에게만 하시는 말씀인지 베드로가 묻자, 주님께서는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하고 반문하십니다. 주인이 늦어진다고 생각하여 하인들을 때리고 먹고 마시며 술에 취해 사는 종은 뜻밖에 주인이 오는 날 큰 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명확한 원칙을 선언하십니다. “많이 주신 사람에게는 많이 요구하시고, 많이 맡기신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청구하신다”(루카 12,48). 바오로 사도가 하느님께 받은 거룩한 은총의 직무를 겸손히 깨달았듯, 우리 역시 주님께서 맡겨주신 삶의 자리에서 제때에 사랑과 자비를 나누는 충실하고 지혜로운 종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 경고하신 불충실한 종의 모습은 내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린 교만에서 시작됩니다. 주인이 오려면 멀었다고 착각하여 내 마음대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하인들을 때리고) 세속의 쾌락(술에 취함)에 빠져버렸습니다. 자신이 집주인이 된 것처럼 착각한 것입니다. 충실하고 지혜로운 종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건강, 가족 그리고 신앙이라는 소중한 선물이 모두 하느님 아버지께서 잠시 맡겨주신 것임을 인정하는 이입니다. 그리하여 제때에 밥을 나누어 주듯, 주변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은 복된 이들입니다. 내 삶의 주권을 주님께 내어드릴 때, 주님이 언제 찾아오시더라도 우리는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날 눈앞의 바쁜 일상과 세속적 안락함에 마음을 빼앗겨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자칫 영적 방심에 빠지기 쉽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당신 아드님의 피값으로 구원의 무한한 은총을 거저 나누어 주셨습니다. 세상의 유혹에 영혼을 넘겨주지 맙시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인 것처럼 교만해지지 맙시다. 나에게 더 많은 은혜를 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를 기억하며, 오늘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제때에 사랑을 나누는 충실하고 지혜로운 종이 됩시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하신 주님의 음성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은총과 기쁨 속에서 깨어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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