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20일 연중 제29주간 화요일


우리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소중한 손님이 찾아올 때 미리 집 안을 정돈하고 대문 밖을 서성이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기다림이 기쁨이 되는 까닭은, 나를 찾아오는 그 사람을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믿고 따르는 우리를 향해, 어둠을 밝히고 깨어 기다리는 종의 고귀한 태도를 일깨워 주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루카 12,35-36). 오늘 말씀은 무디어지기 쉬운 일상 속에서 과연 우리는 영혼의 등불을 밝힌 채 주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겸손히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과거에는 그리스도와 상관없었고, 이스라엘 공동체에서 제외된 이방인이었음을 상기시킵니다. 그러나 이제는 멀리 떨어져 있던 우리가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리스도의 피로 하느님과 가까워졌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몸으로 이방인과 유다인 사이의 적대감이라는 장벽을 허무시어 우리 모두를 한 몸으로 만드시고 참된 평화를 이루셨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더 이상 이방인이나 외국인이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하는 동포이며 하느님의 한 가족이 되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는 종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주인이 돌아와 문을 두드릴 때 곧바로 열어 주는 종들은 행복합니다. 주님께서는 충직한 종들을 보시고, 당신께서 몸소 띠를 띠시고 그들을 식탁에 앉히신 뒤 곁으로 가 시중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십자가의 피로 우리 사이의 분열과 막힌 담을 허물어 하느님의 가족으로 삼아주신 구원의 은혜를 기억하는 이들은, 세상의 어둠에 마비되지 않고 깨어 기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당부하신 두 가지 행동은 영적으로 매우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허리에 띠를 띠는 태도입니다. 헐렁한 옷을 띠로 매는 것은 즉시 행동할 수 있는 사명과 봉사의 준비를 뜻합니다. 영적 방심이나 나태에 빠지지 않고 언제든 주님의 뜻을 실천하겠다는 겸손한 태도입니다. 둘째, 등불을 켜 놓는 태도입니다. 세속의 유혹과 어둠 속에서도 하느님의 말씀과 사랑 그리고 기도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는 신앙의 순수함입니다. 우리가 세속의 이기심과 불평이라는 담을 헐어 버리고, 내 삶의 자리에서 기도의 등불을 밝힐 때, 밤중에 찾아오시는 주님께서는 우리를 당신 영광의 식탁으로 초대하시어 친히 몸을 굽혀 우리를 시중들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날 바쁜 업무와 육아, 끊임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언론과 미디어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 들의 영혼은 자칫 지치고 마비되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시며 말씀하십니다. "기다림을 포기하지 마라. 내가 곧 너에게 다가가겠다." 우리는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로 묶인 하느님의 고귀한 한 가족입니다.

세상의 어둠과 무관심에 영혼을 넘겨주지 맙시다. 방심하여 영혼의 띠를 풀지 맙시다. 주님께서 내 삶의 문을 두드리실 때 기쁘게 문을 열어드릴 수 있도록, 사랑과 기도의 등불을 환히 밝힙시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같이 되어라" 하신 주님의 음성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참된 희망과 깨어 있는 기쁨 속에서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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