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16일 연중 제28주간 금요일


우리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을 의식하여 내 마음속 진실이나 허물을 슬그머니 포장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말재주로 사람들의 눈을 가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영혼의 일거수 일투족을 불꽃 같은 눈동자로 바라보시는 하느님 대전에서는 그 어떤 가식도 통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군중이 몰려들어 서로 밟힐 지경이 되었을 때, 제자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여 말씀하십니다. “바리사이들의 누룩 곧 위선을 조심하여라. 숨겨진 것은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은 알려지기 마련이다”(루카 12,1-2). 오늘 말씀은 우리 마음속에 숨겨진 솔직한 모습을 돌아보게 하며, 세속의 유혹과 위선 대신 오직 하느님만을 신뢰하고 두려워하는 참된 신앙의 길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상속자가 되었다는 가슴 벅찬 은총을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결정과 뜻에 따라 우리를 미리 정하셨고, 구원의 기쁜 소식을 듣고 믿은 우리에게 약속의 성령으로 인장을 찍어 주셨습니다. 성령은 우리가 하느님의 소유로서 최종 구원을 받게 될 것임을 보증해 주시는 은총의 표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겉과 속이 다른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육신은 죽여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질 권한을 가지신 하느님을 두려워하라고 가르치십니다. 이어서 주님께서는 하느님의 부드럽고 섬세한 사랑을 일깨워 주십니다. “참새 다섯 마리가 두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하느님께서 잊지 않으신다. 더구나 하느님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루카 12,6-7). 성령의 인장을 받아 하느님의 거룩한 상속자가 된 이는, 세속의 평판이나 인간적인 위선에 연연하지 않고 내 머리카락까지 세어 두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를 깊이 신뢰하는 이들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경고하신 바리사이의 '위선'은 하느님보다 사람의 눈을 더 두려워하는 불신에서 시작됩니다. 내 나약함이나 허물이 드러날까 두려워 겉으로만 거룩함을 가장하는 것입니다. 이는 나를 건사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믿지 못할 때 나타나는 영적 병폐입니다. 주님께서는 동전 한 닢에 팔리는 작은 참새 한 마리도 잊지 않으시며, 우리 머리카락 수까지 다 알고 계십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시고 내 모든 아픔과 형편을 헤아리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십니다.


오늘날 남들에게 보여지는 겉모습, SNS상의 이미지 그리고 세상의 평가에 과도하게 매여 살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자칫 영적 피로감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나에게 그 무엇보다 귀한 존재다." 묵주 알을 굴리며 성모님의 손을 잡을 때, 성모님은 우리 마음속의 불안과 허영을 지워주십니다. 성모님처럼 순수한 마음으로 주님을 바라볼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유나 타인의 평가로 존재 가치가 결정되는 이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성령의 인장을 받은 하느님의 고귀한 자녀들입니다. 세상의 눈치를 보느라 영혼을 위선으로 채우지 맙시다. 사람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맙시다. 내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실 만큼 나를 지극히 사랑하시고 기억하시는 하느님 아버지가 계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하신 주님의 음성을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도 참된 평화와 용기 속에서 기쁘게 걸어가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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