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우리는 가을철 풍성하게 영글어가는 과수원의 나무들을 보며 감탄하곤 합니다. 나무는 말이 없지만, 가지마다 맺혀 있는 열매를 통해 그 나무가 얼마나 건강하고 풍요로운지를 스스로 증명해 줍니다. 우리 영혼의 나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세상의 육적 욕망을 따라 사는지, 아니면 성령을 따라 사는지에 따라 맺히는 삶의 열매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가르쳐 줍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오늘 말씀은 바쁜 일상 속에서 과연 내 영혼의 가지에는 어떤 열매가 매달려 있는지, 혹시 남에게 무거운 짐만 지우는 위선적 겉치레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을 깊이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성령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율법 아래 있지 않다고 선포합니다. 육의 행실은 불륜, 분노, 분쟁, 시기, 음주 등 하느님 나라를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헛된 것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이들은 자기 육을 욕정과 욕망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은 이들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성령으로 살아가고, 성령을 따라 걸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겉모습과 율법의 미세한 조항에는 집착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사랑과 의로움’은 외면하는 바리사이들과 율법 교사들의 위선을 불쌍히 여기시며 단호히 지적하십니다. 그들은 남에게는 들기 힘든 짐을 지워 놓고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대려 하지 않았고, 회당의 높은 자리와 인사받기만을 탐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율법 조항이나 의무에만 매달려 정작 내면의 사랑을 잃어버린 위선을 벗어던지고, 나를 온전히 성령께 내어맡겨 사랑과 온유의 열매를 맺는 삶으로 나아가라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오늘 주님께서 경고하신 바리사이의 모습은 멀리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힘과 노력 혹은 타인을 향한 잣대로 신앙생활을 할 때 우리는 쉽게 남을 판단하게 되고, 이웃의 어깨에 비판이라는 무거운 짐을 올려놓게 됩니다. 그러나 십자가의 은혜를 깨닫고 성령의 인도를 받을 때, 내 안의 이기심과 욕망은 부서지고 사랑, 기쁨, 평화, 인내라는 거룩한 성령의 열매가 맺히게 됩니다.

오늘날 남과의 비교, 타인을 향한 손쉬운 비판과 평가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들의 마음 역시 자칫 성령의 열매 대신 미움과 분쟁이라는 육의 행실로 채워지기 쉽습니다. "성당 봉사나 신앙생활을 하면서 남들의 부족함만 눈에 들어와, 마음속으로 판단하고 비판의 짐을 지우지는 않았습니까?" "내 고집과 이기적인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채, 겉으로만 거룩한 교우의 모습을 하느라 영혼이 피곤해져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를 향해 찾아오시어 말씀하십니다. "너의 헛된 겉치레를 내려놓고, 내 성령의 바람에 네 마음을 맡겨라." 묵주 기도 성월인 이 달에 성모님의 겸손과 순종을 묵상할 때, 성령께서는 우리 마음의 독소를 씻어내어 주시고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온전히 맺도록 이끌어 주십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께 속한 우리들은 이미 내 안의 이기심과 욕정을 십자가에 못 박은 은혜로운 자녀들입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겉치레에 머물지 맙시다. 타인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는 엄격한 감시자가 되지 맙시다. 나를 온전히 주님께 내어맡기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내 발걸음을 놓읍시다. 오늘 하루, 우리 삶의 자리에서 사랑과 기쁨, 평화와 온유라는 성령의 풍성한 열매를 맺음으로써, 하느님 대전에 기쁨이 되는 복되고 은혜로운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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