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5일 연중 제22주간 토요일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 교우들을 향해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대가 가진 것 가운데에서 받지 않은 것이 어디 있습니까? 모두 받은 것이라면 왜 받지 않은 것인 양 자랑합니까?”(1코린 4,7). 우리는 살아가며 내가 이룬 성과, 나의 지식과 경험, 내가 지킨 규칙과 공로를 은연중에 자랑하고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곤 합니다. 그러나 오늘 말씀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일깨우며, 겉으로 보이는 형식과 오만을 넘어 주님의 참된 사랑으로 돌아오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세상에서 인정받고 배부르다고 착각하던 코린토 신자들에게 사도들의 고난받는 삶을 대조하여 보여줍니다. 사도들은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고 굶주리고 매맞으며 보잘것없는 존재로 살아왔지만,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마음을 잃지 않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 말을 그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자녀로서 타이르려는 것”(1코린 4,14)이라고 고백합니다. 율법의 자랑이 아닌, 복음으로 신자들을 낳은 아버지의 사랑을 전하는 것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며 밀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벼 먹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비난합니다. 안식일에 하지 못하게 되어 있는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하느님께서 왜 안식일을 주셨는지 그 근본 정신은 잊은 채, 제약과 조항이라는 형식에만 매여 있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다윗과 그 동반자들이 빵을 먹었던 예를 들으시며 분명하게 선언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루카 6,5). 하느님께서 안식일을 제정하신 목적은 사람을 옭아매고 심판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람에게 참된 쉼과 생명, 구원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구원과 사랑의 원천이신 안식일의 참된 주인이십니다.

안식일의 규칙 자체는 거룩한 것이었지만, 바리사이들의 손에서 그것은 사람을 살리는 도구가 아니라, 타인을 비판하고 짓누르는 '잣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작 그들의 마음에는 주님의 자비와 사랑이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지적한 코린토 신자들의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받은 영적 은사를 자랑하며 자만에 빠졌고, 정작 사도들이 걸어간 십자가의 길, 겸손과 봉사의 정신은 잊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규칙과 형식을 준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사랑이 있는가’입니다. 내가 가진 영적·물적 자산을 자랑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왔음을 인정하는 겸손’입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신앙생활 속에도 슬그머니 이러한 바리사이적 태도가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나는 주일미사도 안 빠지고 봉사도 많이 하는데, 저 신자는 왜 저럴까?", "성당의 오랜 규율과 전통이 사람의 처지와 상처보다 우선해야 해." 이처럼 우리가 정해 놓은 잣대로 타인을 단정 짓고 판단할 때, 우리는 안식일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마음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배고픈 제자들의 처지를 먼저 보셨고, 그들의 필요에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신앙의 본질은 남을 감시하고 지적하는 데 있지 않고, 굶주리고 지친 이들에게 참된 안식과 평화를 안겨주는 주님의 따뜻한 손길이 되어주는 데 있습니다.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살리는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 뿐이십니다. 형식과 겉모습의 자만에 빠지지 않고, 나를 낮추어 타인을 섬겼던 사도들의 겸손을 되새깁시다. 주님께서 주신 안식일의 참된 기쁨, 곧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자비 안에 머물며 지친 이웃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주는 복된 토요일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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