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29일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


살면서 도저히 제 힘으로는 벗어날 수 없는 시련을 겪거나 막막한 어둠 속을 걸을 때, 어디선가 불쑥 다가오는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나 마음의 평화를 경험한 적이 있으신지요?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행운’이라 부를지 모릅니다. 그러나 신앙인인 우리는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지키시고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거룩한 손길과 천사들의 보호를 깨닫게 됩니다. 오늘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거룩한 메신저이자 수호자인 성 미카엘, 성 가브리엘, 성 라파엘 대천사 축일을 기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하늘에서 일어난 거룩한 전쟁을 환시로 바라봅니다. 미카엘 대천사와 그의 천사들이 용과 그의 사자들에 맞서 싸워 승리합니다. 하느님의 권능을 나타내는 미카엘(“누가 하느님과 같으랴?”)의 이름처럼, 악의 세력은 하느님의 자녀들을 결코 이길 수 없으며 마침내 쫓겨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화과나무 아래 서 있던 나타나엘을 보시고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하고 찬양하십니다. 나타나엘이 깜짝 놀라 주님을 고백하자, 예수님께서는 그와 우리 모두에게 가슴 벅찬 약속의 말씀을 주십니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요한 1,51). 예수 그리스도야말로 하늘과 땅을 잇는 참된 사다리이시며, 대천사들은 주님 안에서 우리 삶의 온갖 영적 전쟁과 여정을 돌보고 계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세 대천사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들에게 베푸시는 거룩한 은총의 역사를 상징합니다. “누가 하느님과 같으랴”라는 이름을 가진 성 미카엘은 세속의 유혹과 죄악, 악마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영혼을 지켜주는 '보호와 용기'를 줍니다. “하느님은 나의 힘”이라는 이름을 가진 성 가브리엘은 성모님께 구세주의 탄생을 알렸듯이, 낙심한 우리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치유하셨다”라는 이름을 가진 성 라파엘은 토빗의 눈을 뜨게 하고 토비야의 여정을 동반했듯, 우리 영혼과 육신의 상처를 감싸주는 '치유와 동반'의 은총을 베풉니다. 우리는 결코 이 세상을 외롭게 혼자 걸어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대천사들을 통해 오늘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의 온갖 전쟁에서 우리를 지키시고, 기쁜 희망의 소식을 들려주시며, 아픈 영혼을 치유해 주고 계십니다.

오늘날 불안과 스트레스, 이기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일상 역시 수많은 영적 전쟁터와 같습니다.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미움과 시기, 절망이라는 악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영적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세상의 소음에 마음을 빼앗길 때 하늘은 닫히고 영혼은 어두워집니다. 그러나 나타나엘처럼 마음의 거짓을 버리고 주님 대전에 겸손히 나아갈 때, 우리는 내 곁에서 함께 싸워주는 미카엘을 만나고, 소망을 전하는 가브리엘의 음성을 들으며, 아픔을 녹여주는 라파엘의 손길을 체험하게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하늘은 이미 환히 열렸으며, 하느님의 거룩한 은총과 천사들의 보호가 우리 삶의 자리에 충만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위협과 고통에 마냥 위축되지 맙시다. 우리 뒤에는 “누가 하느님과 같으랴!” 하고 외치며 우리를 지키시는 하느님의 강한 손길과 대천사들이 서 있습니다. 오늘 하루, 열린 하늘을 바라보며 대천사들의 도우심 속에 담대하게 걸어갑시다. 주님이 주시는 참된 승리와 치유, 평화가 교우 여러분과 가정에 늘 함께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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