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25일 한가위


오늘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 추석입니다. "더도 말고 더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처럼, 한가위는 곡식과 과일이 영글어 가득하고 마음까지 넉넉해지는 감사의 날입니다. 오늘 한가위 명절 미사를 바치며 우리는 지나온 시간 동안 우리 삶에 필요한 양식과 온갖 은혜를 거저 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깊은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육적인 풍요를 넘어, 하느님 대전에서 영원히 시들지 않는 참된 풍요를 얻는 길로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요엘 예언자는 가뭄과 시련을 끝내시고 땅에 비를 내리시어 풍요로운 수확을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찬양합니다. 타작마당은 곡식으로 가득 차고 즙 짜는 틀에는 새 포도주와 기름이 넘쳐흐릅니다. 요엘 예언자는 이 모든 풍요가 하느님에게서 왔음을 깨닫고 주님의 이름을 찬양하라고 부르짖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요한 사도는 구원의 마지막 수확을 환시로 바라봅니다. 땅의 수확을 거둘 때가 이르러 주님께서 낫을 휘두르시어 곡식을 거두어들이십니다.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자신들의 노고를 풀어 쉬게 될 것이며, 그들이 남긴 선행의 열매는 하느님 앞에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한 부자가 수확이 풍성해지자 곳간을 더 크게 짓고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하고 말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루카 12,20).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루카 12,21) 하고 경고하시며, 탐욕을 경계하고 참된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고 당부하십니다.

한가위에 바치는 감사의 핵심은 ‘내 손으로 일군 모든 것이 사실은 하느님의 거저 주신 선물’임을 인정하는 겸손에 있습니다. 어리석은 부자는 풍성한 수확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줄 몰랐고, 그 재물을 가난한 이웃과 나누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곡간에 쌓아두려 했기에, 정작 가장 소중한 자신의 생명과 영혼을 잃고 말았습니다. 창고에 얼마나 많은 재물이 쌓여 있느냐가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는 참된 풍요는 내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주신 은혜에 감사하며 그 사랑을 얼마나 많이 나누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풍요로운 명절을 맞이했지만, 정작 오늘날 현대인들의 마음은 물질주의와 비교 의식으로 더욱 가난하고 각박해질 때가 많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세상의 탐욕에서 벗어나라고 말씀하십니다. 인생의 참된 행복과 안전은 창고에 쌓인 재물이 아니라, 하느님의 품 안에서 맺는 사랑과 평화에 있습니다. 이번 추석 명절은 세상의 잣대를 내려놓고, 주님이 주신 은혜를 나누며 영적인 창고를 채우는 거룩한 기회가 되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때에 풍성하게 부어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이십니다. 세상의 헛된 탐욕과 쌓아둠에 마음을 빼앗기지 맙시다. 나 자신만을 위해 쌓아두는 어리석음을 버리고, 하느님이 주신 복을 이웃과 넉넉히 나누는 ‘하느님 대전에서 풍요로운 그리스도인’이 됩시다. 선조들의 은덕을 기억하고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며, 오늘 모인 모든 교우분들의 가정과 일상에 하느님의 풍성한 한가위 축복과 참된 평화가 가득하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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