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23일 수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 기념일
우리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 짐을 싸다 보면 "혹시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가방을 이것저것으로 가득 채우곤 합니다. 그런데 막상 길을 걷다 보면 무거운 짐이 나를 지치게 하고, 정작 풍경을 즐기거나 목적지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열두 제자들에게 세상의 구원을 위한 거룩한 파견을 내리시며, 우리의 예상을 깨는 놀라운 지침을 내려주십니다.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지팡이도 여행 보따리도 빵도 돈도 여벌 옷도 지니지 마라”(루카 9,3).
오늘 제1독서에서 저자는 하느님의 모든 말씀이 맑고 순수함을 고백하며, 당신께 피신하는 이들의 방패가 되어 주신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주님께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를 바칩니다.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잠언 30,8). 지혜서 저자는 자신이 너무 배가 불러 하느님을 배반하거나, 너무 가난하여 남의 것을 훔쳐 하느님의 이름을 더럽힐까 저어했습니다. 나를 채우는 것은 세상의 부유함이 아니라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달은 겸손한 고백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두 제자를 불러 모으시어 모든 마귀를 쫓아내고 병을 고치는 힘과 권한을 주신 뒤,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게 하십니다. 제자들이 가지고 갈 것은 돈이나 빵, 여분의 옷이 아니라 오직 주님께서 주신 능력과 말씀뿐이었습니다. 세속적인 안전장치를 내려놓을 때, 제자들은 비로소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은총의 신비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오늘 말씀은 '내 손에 쥔 세상의 짐을 내려놓을 때 하느님의 능력으로 채워진다'는 신앙의 역설을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가 기쁘게 기억하는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는 십자가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몸에 지니고 한평생을 사셨던 거룩한 수도자이셨습니다. 비오 신부님은 세상의 명예나 편안함을 모두 버리고, 오직 고해소와 미사 성제 안에서 수많은 영혼을 치유하고 하느님께로 인도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수도자의 가난을 살았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가난한 영혼을 통해 세상을 치유하는 기적과 능력을 부어주셨습니다. 잠언의 말씀처럼 주님의 순수한 말씀을 방패 삼아, 악마의 유혹과 시련을 오직 기도의 힘으로 이겨내셨습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늘 무겁습니다. 통장의 잔고, 미래에 대한 불안, 사람들의 평가라는 무거운 짐을 가방 가득 짊어지고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다가오시어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십니다. 잠언의 기도처럼 "저를 가난하게도 부유하게도 하지 마시고 저에게 정해진 양식만 허락해 주십시오" 하고 고백할 때, 우리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자유함과 하느님의 보살핌을 체험하게 됩니다.
우리의 여정은 세상의 것으로 나를 채우는 삶이 아니라, 나를 비우고 하느님으로 채워가는 거룩한 삶입니다. 내 손에 쥔 세상의 불안과 집착을 내려놓읍시다. 우리를 당신의 일꾼으로 부르시고, 모든 시련을 이겨낼 힘과 권한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봅시다.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의 전구와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오늘 하루도 내 삶터에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치유를 선포하는 복된 날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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