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2일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우리는 살아가며 종종 '누가 더 큰 일을 했는가', '누가 더 인정받아야 하는가'를 두고 마음을 쓰곤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심지어 성당의 본당 공동체 안에서도 "내가 이만큼 봉사했는데", "내가 이 일을 이루어냈는데" 하는 마음이 슬그머니 들어와 갈등과 분열을 낳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바로 그러한 인간적인 경쟁심과 파벌 의식에 빠져 있던 코린토 교회 교우들에게 이렇게 나지막이 일깨워 줍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의 영적 성숙도가 아직 낮다고 안타까워합니다. “나는 바오로 편이다”, “나는 아폴로 편이다” 하고 편을 가르는 모습은 하느님의 영을 따르는 이들의 모습이 아니라, 여전히 세상의 논리에 갇힌 '육에 속한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모두 주님께서 각자에게 맡기신 대로 봉사하는 일꾼일 뿐입니다. 심는 이나 물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며, 오직 ‘자라게 하시는 하느님’만이 중요합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시몬의 장모를 열병에서 고쳐주시고, 해 질 무렵 온갖 질병으로 찾아온 이들에게 손을 얹으시어 치유해 주십니다. 마귀들을 쫓아내시며 하느님의 권능을 드러내십니다.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은 예수님을 곁에 더 오래 모셔두고 싶어 찾아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안주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루카 4,43). 예수님 역시 사람들의 칭송이나 한곳에 머무르는 안락함에 매이지 않고, 아버지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하느님 나라의 선포'라는 본질적인 사명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십니다.

오늘 두 말씀이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은 '주권(主權)의 회복'입니다. 우리가 삶에서 겪는 수많은 열병 — 조급함, 인정받고 싶은 욕구,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과 교만 — 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려 할 때 찾아옵니다. 내가 잘해서 성과를 냈다고 생각할 때 교만이 찾아오고, 노력이 열매를 맺지 못할 때 절망이 찾아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의 말대로, 우리는 하느님의 밭을 일구는 ‘하느님의 협력자들’일 뿐입니다. 결과와 열매를 맺게 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한 곳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아버지의 뜻을 따라 다른 고을로 향하셨듯, 우리 역시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뜻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우리가 이 진리를 깨달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참된 영적 자유와 평화를 누리게 됩니다.

바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참으로 고단합니다. 자녀 교육, 직장에서의 경쟁, 가정 내의 갈등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열병’에 시달릴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시몬의 장모가 열병으로 누워 있을 때,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의 손을 잡으시고 열을 쫓아내시자, 여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다가오십니다. 내 힘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다가 지쳐 누워 있는 우리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니다. "너 혼자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마라." "결과는 나에게 맡기고, 너는 오늘 네게 주어진 사랑의 씨앗을 심어라." 주님께서 내 마음의 열병을 가라앉혀 주실 때, 우리는 나 중심의 이기적인 삶에서 벗어나 타인을 온전히 섬기는 참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밭이요, 하느님의 건물입니다. 우리가 오늘 뿌리는 작은 선행의 씨앗, 따뜻한 말 한마디, 참을성 있는 기다림은 결코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라게 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 우리를 온갖 영적 열병에서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힘입어,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일상에서 삶으로 전하는 복되고 평화로운 하루가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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