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19일 연중 제23주간 토요일
손바닥 위에 놓인 자그마한 씨앗 한 알을 가만히 바라본 적이 있으십니까? 볼품없고 딱딱한 껍질에 둘러싸인 작은 씨앗이지만, 흙 속에 묻혀 자기 몸을 녹이고 부스러질 때 그 안에서 눈부신 새싹이 피어나고 마침내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바로 이 씨앗의 신비를 통해, 썩어 없어질 이 세상의 삶 너머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영원한 부활의 영광과, 내 마음밭에 떨어진 하느님 말씀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죽은 이들의 부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씨앗의 비유로 설명합니다. 땅에 심어지는 것은 썩을 것으로 심어지지만, 부활하는 것은 썩지 않는 것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심어지나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 약한 것으로 심어지나 강한 것으로 다시 살아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납니다”(1코린 15,44). 우리가 흙으로 된 첫 인간 아담의 모습을 지녔듯이, 부활을 통해 하늘에 속한 둘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지니게 된다는 고백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어떤 씨는 길가에 떨어져 짓밟히고, 어떤 씨는 바위에 떨어져 말라 버리며, 어떤 씨는 가시덤불 속에 떨어져 기운이 막혀버립니다. 그러나 좋은 땅에 떨어진 씨는 자라나 100배의 열매를 맺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좋은 땅이 바로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루카 8,15)이라고 친히 풀이해 주십니다.
오늘 두 말씀은 '씨앗'이라는 같은 상징을 통해 우리 영혼의 상태와 미래를 비추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날마다 우리 마음밭에 '썩지 않을 생명의 씨앗'인 당신 말씀을 거저 부어주십니다. 그러나 똑같은 말씀의 씨앗이 내 마음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치열한 경쟁과 자극적인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밭은 참으로 지치고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우리가 흙에 속한 이 세상의 것에만 매달릴 때, 우리 영혼은 시들어 버립니다. 그러나 내 안의 고집과 탐욕의 돌멩이를 치우고, 세상 걱정이라는 가시덤불을 기도의 손으로 걷어낼 때, 내 마음은 비로소 주님의 말씀이 깊이 뿌리내리는 '좋은 땅'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길가"와 같은 마음은 세속의 소음과 교만으로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 있어 말씀이 뿌리조차 내리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바위"와 같은 마음은 말씀에 기뻐하지만 작은 시련과 유혹이 찾아오면 이내 뿌리째 흔들리고 포기하는 상태입니다. "가시덤불"과 같은 마음은 세상의 걱정과 재물, 일상의 즐거움이라는 가시덤불에 마음을 빼앗겨 말씀이 숨을 쉬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우리의 이 세상 삶은 썩어 없어질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는 썩지 않는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아날 부활의 영광을 약속받은 거룩한 하느님의 자녀들입니다. 오늘 내 마음의 길가와 바위, 가시덤불을 주님의 자비 앞에 솔직히 내어놓읍시다. 그리고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들읍시다. 그 말씀을 깊이 간직하고 끝까지 인내할 때, 주님께서는 우리 삶의 자리에서 100배의 풍요로운 은총과 천상의 기쁨을 열매 맺게 해주실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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