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16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


우리가 살면서 아무리 위대한 성과를 거두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지식과 능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그 안에 참된 사랑이 빠져 있다면 과연 그 삶을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신앙인으로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뛰어난 길, 곧 ‘사랑의 찬가’를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내가 인간의 여러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1코린 13,1).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교회 신자들에게 예언이나 신비, 지식, 신앙의 기적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일깨웁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나눠 주고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준다 할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참고 기다리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믿음, 희망, 사랑 이 세 가지는 언제까지나 남아 있을 터인데, 그 가운데에서 으뜸은 바로 사랑입니다.

한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과 당신을 향해 무감각하고 완고하게 반응하는 이 세대 사람들을 장터의 아이들에 비유하십니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아이들처럼, 세속의 틀에 갇힌 사람들은 참된 진리와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요한이 와서 빵도 먹지 않고 포도주도 마시지 않자 "마귀가 들렸다" 하고,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하며 트집을 잡고 비난하기 바빴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선언하십니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을 지혜의 모든 자녀가 드러냈다”(루카 7,35). 억지와 비난으로 가득 찬 세상의 평가와 달리, 하느님의 지혜는 오직 순종과 사랑을 살아내는 참된 자녀들의 삶을 통해 그 거룩함이 증명된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가 함께 기념하는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는 3세기 로마 제국의 극심한 박해 속에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교회의 일치를 목숨 바쳐 지켜낸 거룩한 순교자들입니다. 당시 박해의 시련 속에서 믿음을 버렸다가 돌아온 이들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두고 교회 내에 큰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 엄혹한 시기에도 두 성인은 엄격주의의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주님의 자비와 포용이라는 ‘사랑의 지혜’를 선택하셨습니다. 그분들은 험담과 트집을 일삼던 세속의 소음에 맞서지 않고, 마침내 피를 흘려 순교함으로써 자신들이 전한 복음과 사랑이 진리임을 입증하셨습니다. 세상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도 불평과 비판을 늘어놓기 일쑤이지만, 하느님의 자녀들은 오직 사랑과 순종으로 하느님의 지혜를 증명해 나가는 이들입니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교우들의 삶터 역시 복음 속 장터와 다르지 않습니다. 남이 잘되면 시기하고, 남의 허물에는 엄격한 잣대를 대며 끊임없이 험담하는 분위기,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평"하며 진심 어린 선행조차 의심하고 곡해하는 세상의 냉소주의. 우리가 이러한 세상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다 보면, 신앙생활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게 됩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가 말했듯,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1코린 13,7). 남들의 평가나 억지스러운 비난에 내 마음의 평화를 빼앗기지 마십시오. 세속의 비판에 똑같이 비난으로 대응하는 것은 세상의 방식입니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의 허물과 비난마저도 사랑으로 감싸 안으며, 묵묵히 내게 주어진 사랑의 소명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의 지식과 부귀영화는 결국 언젠가 다 사라지고 비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의 이름으로 실천한 작고 순수한 사랑만큼은 영원히 남아 하느님 대전에 기쁨으로 빛날 것입니다. 비난과 불평으로 가득 찬 세상의 소음에 마음을 빼앗기지 맙시다.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처럼, 어떤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믿음과 희망, 그리고 무한한 사랑을 품고 담대히 걸어갑시다. 오늘 하루, 모든 것을 참아받아 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물며 참된 평화와 기쁨을 누리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댓글

  1. 악의 유혹에 무너져 주님평화를 잃는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주소서. 묵묵히 소명을 다하도록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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