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9월 11일 연중 제23주간 금요일


우리는 살면서 타인의 조그마한 허물이나 실수는 귀신같이 찾아내면서도, 정작 나 자신의 커다란 오만이나 허물은 까맣게 잊고 살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남을 향한 잣대는 칼날처럼 엄격하면서, 나 자신을 향한 잣대는 한없이 관대해지곤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위선에 빠지기 쉬운 우리 마음을 향해 뼈아프지만 가슴 깊이 와닿는 비유를 던지십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루카 6,41).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눈먼 이가 눈먼 이를 인도할 수야 없지 않으냐?" 하고 물으십니다. 나 자신의 영적 무지와 죄를 깨닫지 못하면서 남을 가르치려 들고 지도하려 할 때, 둘 다 구덩이에 빠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자그마한 '티'를 빼내어 주겠다고 서두르기 전에, 내 눈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들보'를 먼저 보고 제거해야 비로소 형제를 올바르게 인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 안의 들보를 빼내고 영적인 눈을 뜨게 될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요?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살아있는 모범을 보여줍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습니다”(1코린 9,19). 바오로 사도는 복음을 전하는 일을 자랑거리로 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모든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내려놓고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으며, 월계관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절제했습니다. 남을 심판하는 대신 나 자신을 먼저 길들이는 것, 이것이 바오로 사도가 걸어간 복음의 길입니다.

오늘 두 말씀이 만나는 영적 교차점은 바로 ‘시선의 전환’입니다. 세상의 시선은 눈이 밖으로만 향합니다. 남의 잘못을 비판하고, 잘잘못을 가려 자신이 맞음을 증명하려 합니다. 복음의 시선은 눈이 내면으로 향합니다. 하느님 대전에 서 있는 나 자신의 나약함을 먼저 바라보고, 나를 구원해 주신 은총에 감사하며 스스로 낮추어 형제를 섬깁니다. 남의 눈 속 티를 보고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판관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심판관이 아니라 '종의 자리', 곧 용서하고 봉사하는 사랑의 자리로 부르십니다. 내 안의 들보를 본 자만이 하느님의 자비를 깊이 체험할 수 있고, 자비의 눈으로 형제를 온전히 보듬어 안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미디어와 사회는 끊임없이 타인을 비판하고 헐뜯는 소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마음속에도 이러한 세상의 습성이 스며듭니다. 가정 안에서 배우자나 자녀의 단점만 눈에 들어와 잔소리와 비판을 일삼지는 않습니까, 본당 공동체나 직장에서 누군가의 실수를 지적하며 내가 더 영적으로, 지식으로 우월하다고 착각하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타인을 쉽게 단정 짓고 판단할 때, 우리는 영적인 '눈먼 이'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 눈을 크게 뜨고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내가 먼저 겸손해질 때, 나를 가로막던 고집의 들보가 사라지고 타인을 향한 진정한 연민과 이해의 문이 열립니다.

승리의 면류관을 얻기 위해 달려가는 운동선수처럼, 우리 역시 썩지 않을 영원한 생명의 면류관을 향해 달려가는 그리스도의 일꾼들입니다. 남을 향해 손가락질하던 손을 거두어 내 가슴을 치며 겸손히 주님의 자비를 청합시다. 내 안의 들보를 걷어내어 주님의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을 살리고 구원하는 복음의 기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주님의 자비 안에서 내면의 참된 평화와 영적 자유를 누리는 복된 금요일이 되시기를 마음 모아 축복합니다. 아멘.

댓글

  1. 감사합니다. 주님의 축복속에 힘을 얻습니다. Good Friday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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