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5일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가장 무더운 8월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숨이 턱턱 막히는 더위 속에서 우리의 몸도 지치지만, 가정의 불화나 자녀 걱정,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경제적 형편 같은 삶의 무게로 인해 우리 영혼은 더 깊은 갈증과 피로를 느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하느님께 간절히 소리쳐 기도해도 그분은 너무나 멀리 계신 것 같고, 내 삶은 마치 외딴섬처럼 고립되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바로 그런 외로움과 고통 속에 있는 우리를 찾아오시어, 우리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상기시켜 주십니다. 주님은 단 한 순간도 우리를 잊으신 적이 없으며, 제1독서의 말씀처럼 “나는 너를 영원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다”(예레 31,3)라고 우리 영혼에 다정하게 속삭이고 계십니다.

하느님의 구원에는 경계가 없으며, 그분의 사랑은 우리의 좁은 선입견보다 훨씬 더 넓고 깊습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방 민족들에게 짓밟히고 흩어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느님의 눈물겨운 귀환 약속을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비록 죄를 짓고 멀리 도망쳤을지라도, 당신의 자비로 다시 불러 모으시어 축제의 춤을 추게 하실 것입니다. 그분은 특정 민족만의 하느님이 아니라, 상처받은 모든 이를 품으시는 진정한 아버지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이 보편적인 사랑은 오늘 복음에서 한 이방인 여인, 곧 가나안 여인의 절박한 청원을 통해 극적으로 드러납니다. 마귀가 들어 비참하게 고통받는 딸을 살리기 위해 여인은 예수님을 찾아와 외칩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낯설고 차갑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한마디 대답도 없는 침묵으로 일관하시더니, 급기야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여인에게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모욕적인 말씀까지 하십니다. 이는 당시 유다인들이 이방인을 멸시할 때 쓰던 매우 거친 비유였습니다. 주님께서 왜 이토록 잔인할 정도로 여인을 외면하셨을까요? 그것은 결코 차별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은 여인의 마음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믿음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곁에 있던 제자들의 좁은 편견을 깨뜨리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여인은 주님의 거절에 상처받아 돌아서거나 분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분의 비유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며 이렇게 응수합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이 얼마나 놀라운 겸손입니까? 여인은 자신의 체면보다 딸을 살리겠다는 모성애를 앞세웠고, 무엇보다 ‘이분은 나를 거절하는 듯 말씀하시나, 그 내면에는 나 같은 죄인에게도 흘려주실 자비의 부스러기가 반드시 있는 분’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고백에 크게 감동하시며 칭찬하십니다.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주님의 이 말씀과 동시에 여인의 딸은 깨끗이 나았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가나안 여인과 같은 ‘침묵의 밤’을 자주 마주합니다. 눈물로 기도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 같아 하느님이 나를 미워하신다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침묵은 거절이 아니라, 우리의 믿음을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드시는 ‘은총의 유예 기간’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알량한 자존심을 고집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나안 여인처럼 주님 앞에 온전히 엎드려, "주님, 당신의 자비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부스러기 은총이라도 베풀어 주십시오" 하고 매달리는 끈질긴 겸손이 필요합니다. 주님은 낮아진 마음에서 나오는 부르짖음에 반드시 귀를 기울이십니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낙심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흘리는 눈물의 기도와 고독한 부르짖음을 주님은 이미 다 듣고 계십니다. 다만 여러분 안에 더 큰 믿음의 그릇을 준비하시기 위해 잠시 기다리고 계실 뿐입니다. 성모님의 마음과 가나안 여인의 신뢰를 닮아 오늘 다시 한번 기쁘게 나아갑시다. 주님께서 마침내 여러분의 손을 꼭 잡으시며, “사랑하는 내 자녀야,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하고 축복해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자비로운 주님, 저희가 기도의 침묵 앞에서 쉽게 지치고 의심했던 약함을 용서하소서. 가나안 여인처럼 낮은 곳에 머물며 오직 당신의 선하심만을 붙잡는 굳센 믿음을 주소서. 저희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부서러기 은총이라도 감사히 받는 겸손을 허락하시어, 오늘 저희 삶을 묶고 있는 절망의 마귀를 쫓아내고 참된 자유를 누리게 하소서. 아멘.”

댓글

  1. 주님!! 당신께 바라며 낮아지게 하소서.
    주님!! 당신께 바라며 인내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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