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0월 14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당신의 잔은 안과 밖이 모두 깨끗합니까?

아주 비싸고 아름다운 찻잔이 있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황금으로 장식되고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여 있어 누구라도 탐낼 만한 잔입니다. 그런데 그 잔을 들어 안을 들여다보니, 온갖 찌꺼기와 오물이 가득 차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과연 그 잔에 차를 따라 마실 수 있겠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 ‘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한 바리사이가 예수님을 식사에 초대합니다. 그런데 식사 전에 손을 씻지 않으시는 예수님을 보고 그는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그 마음을 꿰뚫어 보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정녕 너희 바리사이들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만, 너희의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하다”(루카 11,39). 

예수님께서 지적하시는 것은 단순히 손을 씻는 위생의 문제가 아닙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종교적 규칙과 형식은 완벽하게 지키면서, 정작 그 마음속은 이기심과 욕심, 위선으로 가득 찬 바리사이들의 이중적인 신앙을 꿰뚫고 계신 것입니다. 그들은 겉이 번지르르한 더러운 잔과 같았습니다. 겉모습은 누구보다 경건해 보였지만, 그 속에는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을 향한 자비가 메말라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참된 깨끗함은 겉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가르치십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으로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루카 11,41).

이것이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가 로마 신자들에게 열정적으로 선포하는 복음의 핵심과 맞닿아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로마 1,16)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왜냐하면 이 복음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는 하느님의 힘이며, 그 안에는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인류가 이 ‘하느님의 의로움’을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통탄합니다. 

사람들은 창조물을 통해 하느님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 마땅한 영광과 감사를 드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불멸하시는 하느님의 영광을 썩어 없어질 인간과 날짐승과 네발짐승과 길짐승 같은 형상으로 바꾸어 버렸습니다”(로마 1,23). 창조주이신 하느님 대신, 피조물을 숭배하는 우상숭배에 빠진 것입니다. 그 결과는 무엇이었습니까? 그들의 마음이 어두워지고,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했지만 어리석게 되어, 온갖 불의와 사악과 탐욕으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이라는 진정한 중심을 잃어버리자, 그들의 내면이 온통 썩어 문드러지고 만 것입니다.

바리사이의 위선과 로마서가 말하는 우상숭배는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2천 년이 지난 오늘, 우리 역시 똑같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의 ‘잔’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매주 미사에 참례하고, 기도문을 외우고, 봉사활동을 하며 신자로서의 의무를 다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우리는 흠 없는 신앙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 우리 잔의 ‘속’은 무엇으로 채워져 있습니까? 미사를 드리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기도하면서도 세상의 재물과 성공을 더 갈망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웃을 돕는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으려는 교만한 마음이 숨어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 대신 우리가 숭배하는 현대의 우상들은 너무나도 교묘하고 다양합니다. 돈, 권력, 명예, 외모, 심지어는 나 자신의 의로움마저도 하느님의 자리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하느님 보다 더 사랑하고 의지할 때, 우리의 마음은 바오로 사도가 경고한 것처럼 어두워지고, 그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채워지게 됩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겉만 닦는 일을 멈추어라. 이제 너의 속을 들여다보아라.” 

그리고 그 속을 깨끗하게 할 명확한 해답을 주십니다.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루카 11,41). 여기서 말하는 자선은 단순히 물질적인 나눔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내 안에 있는 가장 소중한 것, 나의 시간, 재능, 따뜻한 마음, 용서와 이해를 이웃에게 내어주는 것입니다. 내 중심적인 삶에서 벗어나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 때, 이기심과 탐욕이 있던 자리에 하느님의 사랑이 채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때 비로소 우리의 잔은 안과 밖이 모두 깨끗해지고,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으시는 예물이 될 수 있습니다.

복음은 우리를 구원하는 하느님의 능력입니다. 이 복음의 능력은 우리의 위선적인 겉모습을 부수고,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을 변화시켜 참된 깨끗함으로 이끌어 줍니다. 오늘 하루,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기보다, 내 잔의 속을 무엇으로 채울지 고민하는 우리가 됩시다. 나의 작은 나눔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우리 안팎을 온전히 정화시켜 주시는 주님의 은총을 체험하는 복된 하루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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