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31일 연중 제22주간 월요일
무더웠던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한 달 동안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자녀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신 여러분 모두에게,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는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자라나신 고향 나자렛의 회당으로 가십니다. 그리고 이사야 예언서의 두루마리를 펴서 당신의 사명을 가장 잘 드러내는 구절을 선포하십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19).
선포를 마치신 예수님께서는 숨을 죽이고 당신을 주목하는 이들을 향해 놀라운 한마디를 덧붙이십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21). 주님은 8월의 마지막 날을 맞이하는 우리에게도 동일하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구원은 먼 미래의 막연한 약속이 아니라, 바로 ‘오늘’ 우리 삶 한가운데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신비라는 사실입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은 하느님의 구원 역사가 화려한 능력이나 말재주가 아니라, 오직 성령의 힘과 말씀의 현존을 통해 실현된다고 가르칩니다. 복음 속 나자렛 사람들은 처음에는 예수님의 은총 가득한 말씀에 감탄하지만, 이내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 하며 예수님을 얕잡아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편견과 스펙의 틀에 갇혀 하느님의 아드님을 알아보지 못했고, 결국 예수님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려 했습니다.
이러한 인간적인 판단이 신앙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던 이가 바로 사도 바오로입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던 코린토 신자들에게 갈 때, 뛰어난 지혜를 내세우는 대신 “나는 약했으며, 두렵고 또 무척 떨면서”(1코린 2,3 참조) 다가갔다고 고백합니다. 바오로가 전한 복음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오직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1코린 2,4)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나자렛 사람들은 조건에 매여 하느님을 놓쳤지만, 바오로는 자신의 약함을 인정함으로써 하느님의 순수한 힘이 드러나게 했습니다.
예수님이 외치신 ‘오늘’은 단순한 24시간을 뜻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시간 속으로 뚫고 들어오는 ‘영원한 현재’를 의미합니다. 우리는 자주 은총을 과거의 추억으로 가두거나 미래의 기적으로 미뤄두곤 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방이 꽉 막힌 가난과 억압 속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바로 ‘지금 이 순간’ 해방이 시작되었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 신비가 내 삶에 일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오로 사도와 같은 ‘가난한 마음’입니다. “이 상황은 절대 안 바뀌어”라며 마음의 문을 닫아걸면 주님도 일하실 수 없습니다. 나의 무력함을 있는 그대로 올려놓을 때, 비로소 성령께서 일하기 시작하십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조건과 스펙을 따집니다. 이러한 기준은 우리 신앙인의 시선마저 흐려놓습니다. 가족이나 이웃을 볼 때, 소중한 영혼으로 보기보다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라는 계산이나 과거의 잘못이라는 ‘편견의 렌즈’로 바라보곤 합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자책하기도 합니다. 스트레스와 피로에 억압받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무슨 신앙인인가’ 하고 실망하는 것입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느라 지쳐버린 우리를 향해 주님은 손을 내미십니다. “얘야, 네 완벽함 때문에 너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지금 묶여 있고 마음이 아프기에 내가 바로 '오늘' 너를 찾아왔단다. 네 계산을 내려놓고 내 성령의 힘을 믿으렴.”
오늘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2천 년 전의 신비가 바로 ‘지금, 이 제단 위에서’ 이루어지는 현존의 성사입니다. 세상의 지혜를 내려놓고 오직 성령의 위로를 채웁시다. 바오로 사도처럼 나의 약함을 겸손히 인정할 때 하느님의 힘은 우리 삶을 이끌어 가십니다. 8월의 눈물과 땀방울을 주님은 다 알고 계십니다. 이제 다가오는 9월은 내 힘이 아니라 성령의 힘으로 걸어 나갑시다.
“은혜롭고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 저희가 인간의 조건과 세상의 지혜에 마음을 빼앗겨 곁에 계신 주님의 구원을 알아보지 못했음을 뉘우치나이다. 사도 바오로처럼 저희의 약함을 겸손히 인정하게 하시고 오직 성령의 인도하심에 저희 자신을 맡기게 하소서. 오늘 모신 성체의 힘으로 저희를 묶고 있는 모든 불안의 사슬을 끊어주시고, 주님이 선포하신 해방과 기쁜 소식이 바로 '오늘' 저희의 가정과 일터에서 살아 숨 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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