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22일 복된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오늘은 천상의 모후이시며 우리의 어머니이신 ‘복된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입니다. 세상의 왕들은 화려한 왕관을 쓰고 높은 보좌 위에서 군림하지만, 하늘나라의 여왕이신 성모님이 쓰신 왕관은 온전히 당신 자신을 낮추신 ‘겸손’과 ‘순종’으로 엮어진 왕관입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버린 인간의 위선을 경고하며, 오직 낮고 순수한 마음에만 하느님의 거룩한 영광이 깃든다는 영적 진리를 선포합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바빌론 유배라는 철저한 고독과 성전 파괴의 아픔을 겪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위대한 희망의 환시를 전합니다.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을 때 떠나갔던 하느님의 영광이 다시 성전 안으로 들어오는 장면입니다. 주님의 영광이 성전에 가득 차자, 하느님께서는 “이곳은 내 어좌의 자리, 내 발바닥이 놓이는 자리”(에제 43,7)라고 선언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돌아오신 이 성전은, 이스라엘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인간적인 교만의 성벽을 완전히 허물었을 때 비로소 완성된 ‘거룩한 빈자리’였습니다.

이 영광스러운 성전의 실체가 바로 성모 마리아이십니다. 성모님은 주님의 영광이 온전히 머무시는 하느님의 참된 성전이셨습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마주하신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은 하느님의 성전이 아니라 ‘인간의 성벽’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귀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마태 23,3) 위선자들이었습니다. 묵직한 율법의 짐을 남의 어깨에는 얹어 놓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영광이 머물러야 할 성전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높이 올려두고 사람들에게 인사받기를 즐겼습니다. 주님은 이런 이들을 향해 엄중히 선포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 23,12).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라고 말씀하십니다. 지도자가 되려 하지 말고, 가장 높은 사람은 오히려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진리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바로 이 겸손을 통해 하늘과 땅의 여왕이 되셨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가 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성모님은 권세를 꿈꾸는 대신 이렇게 고백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모님은 스스로를 철저히 낮추어 ‘종’의 자리에 두셨고, 평생을 낮은 곳에서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토록 자신을 비워내신 성모님의 가난한 영혼을 가장 높은 여왕의 보좌로 들어 올리셨습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너 자신을 증명하라"고 요구하며 남보다 돋보일 것을 부추깁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 역시 나도 모르게 복음의 바리사이처럼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말로는 사랑을 외치면서 정작 가족의 실수는 용납하지 못하고 상처를 줍니다. 봉사하면서도 사람들이 내 수고를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해하며 내 공로를 내세웁니다. 남의 허물은 날카롭게 비판하면서 내 안의 위선에는 면죄부를 줍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의 영광을 밀어내고 내 자존심을 성전에 앉혀두는 모습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성모처럼 너를 비워내라. 그래야 내가 내 영광으로 너를 채울 수 있다.”

인간의 눈에 겸손은 패배처럼 보일지 모르나, 하느님의 눈에는 가장 영광스러운 승리의 길입니다. 오늘 성모님의 손을 잡고 그분이 걸어가신 지극한 겸손의 길로 한 걸음 내딛읍시다. 여러분의 마음 성전과 가정에 주님의 눈부신 영광이 영원히 머물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천상의 여왕이신 주 하느님, 저희가 입으로는 당신을 주님이라 부르면서도 삶의 자리에서는 제 자존심과 명예를 높이려 위선을 부렸음을 고백하며 뉘우치나이다. 오늘 복된 동정 마리아의 전구를 청하오니, 저희 안의 돌 같은 교만과 허세를 부수어 주시고 오직 주님의 뜻만을 담을 수 있는 깨끗하고 가난한 살 같은 마음을 허락하소서. 오늘 모신 성체의 힘으로 저희 자신을 낮추게 하시고, 이웃을 지배하려 하기보다 기쁘게 섬기는 종의 기쁨을 알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의 삶이 주님의 영광이 머무는 거룩한 성전이 되게 하시고, 마침내 천국 잔치에서 성모님과 함께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댓글

  1. 하느님 아버지!!
    바리사이와 같은 저의 교만과 허물을
    용서하서소.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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