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5일 성모 승천 대축일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8월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오늘 가톨릭교회의 가장 큰 기쁨이자 희망의 축일인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유난히 뜨거운 올여름의 열기 속에서, 저마다 삶의 무게를 지고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교우 여러분에게 하늘로 부름받으신 성모님의 따뜻한 위로와 평화가 가득하기를 빕니다.

오늘 엘리사벳이 성모님을 향해 외친 이 한마디는 시대를 넘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울리는 축복의 선언입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하느님의 말씀에 온전히 순종한 이가 맞이하게 될 최종적인 승리와 영광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은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둔 여인’의 환시를 보여줍니다. 이 여인은 메시아를 탄생시키지만, 그 아기를 삼키려는 거대한 용의 위협을 피해 광야로 달아나야 했습니다. 이는 아들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을 곁에서 지켜보며 심장이 꿰찔리는 아픔을 겪어야 했던 성모님의 삶을 상징함과 동시에, 세상의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지켜내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척박한 광야에서 여인을 끝까지 보호하십니다.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이 승리의 근거를 명확히 제시합니다. 첫 사람 아담으로 인해 모든 사람이 죽었지만, 새로운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해 모든 사람이 살아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첫 열매’로 부활하셨고, 그다음은 그리스도께 속한 우리들의 차례입니다. 이 구원의 약속이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게 드러난 사건이 바로 성모 승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성모님은 구원의 신비를 찬미하는 위대한 노래, ‘마니피캇’(Magnificat)을 부르십니다. 성모님은 당신의 비천함을 돌보시어 큰일을 행하신 하느님을 찬양하며, 권세 있는 자들을 내치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올리시는 하느님의 반전(反轉)을 선포하십니다. 이 찬가의 고백대로 지상에서 가장 비천하고 겸손한 종으로 사셨던 성모님은, 오늘 하느님의 은총으로 영육이 함께 하늘로 들어 올림을 받으시는 가장 높은 영광을 입으셨습니다.

성모 승천 대축일은 단순히 하늘 높은 곳에 계신 성모님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날이 아닙니다. 이 축일이 우리에게 위대한 기쁨이 되는 이유는 성모님의 승천이 바로 우리 모두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은 우리와 똑같은 피와 살을 지니고 인간적인 한계와 아픔 속에서 평생을 사셨던 분입니다. 아기 예수님을 낳을 방이 없어 마구간을 헤매야 했고, 아들을 살해하려는 권력자를 피해 이집트라는 낯선 땅으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의 아들이 십자가 위에서 참혹하게 처형당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아야 했던 ‘고통의 어머니’이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은 모든 광야의 시간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으셨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하셨던 첫 믿음을 끝까지 지켜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눈물 가득했던 육신과 영혼을 그대로 하늘로 들어 올리심으로써 세상에 선포하셨습니다. “보아라, 내 말에 순종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은 이들의 끝은 멸망이 아니라 이토록 찬란한 영광이다!”

오늘 성모님은 지친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우리의 손을 잡아주십니다. 성모님의 찬가는 세상의 가치관을 뒤엎는 희망의 노래입니다. 하느님 눈에는 세상의 교만한 자들이 아니라, 주님 없이는 살 수 없다며 눈물로 기도하는 여러분의 가난한 마음이 가장 고귀합니다. 성모님이 걸어가신 눈물의 골짜기 끝에 하늘나라의 왕관이 기다리고 있었듯, 여러분이 흘리는 신앙의 눈물은 결코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을 은총의 씨앗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 민족이 빛을 되찾은 광복절(光復節)을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민족의 해방이 성모님의 전구와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기억하며, 우리 각자의 삶도 미움과 절망에서 벗어나 참된 영적 광복을 맞이해야 합니다. 하늘에서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다정한 음성을 마음 깊이 새깁시다. “갈 길이 멀고 험해도 낙심하지 마라. 내가 먼저 와 있는 이 하늘나라가 바로 너희가 올 집이다.”

“하늘로 올림을 받으신 자비의 어머니, 저희가 세상의 고단함과 현실의 무게에 눌려 땅만 바라보며 절망했음을 고백하며 뉘우치나이다. 오늘 당신의 영광스러운 승천을 바라보며, 저희 역시 장차 도달하게 될 하늘나라의 부활 희망을 품게 하소서. 삶의 광야를 걸어갈 때마다 당신이 부르신 마니피캇의 찬가를 기억하게 하시고, 비천한 저희를 마침내 들어 올리실 하느님의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게 하소서. 오늘 모신 성체의 은총으로 저희의 영혼과 육신이 거룩해지게 하시고, 세상 속에서 하늘을 선포하는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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