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1일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
무더위 속에서도 각자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기를 빕니다. 우리는 흔히 ‘어른’이 된다는 것을 책임감을 갖추고 세상 이치를 깨닫는 긍정적인 과정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치열하게 어른으로 살다 보면 어느새 남과 비교하며 서열을 따지게 되고, 영혼의 기쁨은 메말라가기 마련입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세상의 무게에 짓눌린 우리를 향해 하늘나라의 새로운 법칙을 선언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마태 18,3). 제자들은 여전히 세상 방식대로 누가 가장 큰 사람인지 서열을 따지고 있었지만, 예수님은 스스로 낮추어 어린이처럼 되는 사람이 가장 큰 사람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주님은 이 작고 보잘것없는 이들 중 하나라도 잃는 것이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 아님을 강조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이라는 주제로 연결됩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고통과 재앙이 적힌 두루마리를 먹으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인간적으로는 쓰디쓴 고통처럼 보였지만, 그가 순종하여 입에 넣었을 때 그것은 “꿀처럼 입에 달았다”(에제 3,3)고 고백합니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하느님 말씀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십자가의 사명조차 달콤한 은총으로 변한다는 신비를 보여줍니다. 계산하고 거부하는 어른과 달리, 어린이는 아버지가 주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꿀처럼 달게 받아먹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어린이’가 된다는 것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의지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어린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온전히 자신을 맡깁니다. 반면 어른은 내 힘으로 능력을 증명하려 애쓰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앞에서 쉽게 절망합니다. 참된 신앙인은 자신이 하느님 없이는 살 수 없는 ‘길 잃은 양’임을 인정하는 사람입니다. 내 영적 가난함을 깨닫고 아버지의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그 순수한 신뢰가 우리를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으로 만듭니다.
오늘은 이러한 어린이의 순수함으로 하느님만을 의지했던 성녀 클라라 동정 기념일입니다.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성녀는 세상의 명예를 버리고 가난이라는 두루마리를 기꺼이 삼켰습니다. 그녀는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거절하고, 오히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을 권리”를 허락해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세상 눈에는 어리석어 보였지만, 하느님 한 분만으로 충분하다는 어린이 같은 믿음을 가졌던 성녀에게 그 가난은 산해진미보다 꿀처럼 단 기쁨이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작아질 때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어깨에 메고 기뻐하실 것이며, 일상의 고단함을 은총의 단맛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또한 우리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하늘나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잊지 맙시다. 성체의 은총 안에서 굳어진 마음을 풀고, 하느님 아버지를 향해 맑게 웃을 수 있는 영적인 어린아이가 됩시다.
“영원한 사랑이신 주 하느님, 저희가 세상의 기준에 갇혀 누가 더 큰 사람인지 비교하며 영혼의 기쁨을 잃어버렸음을 고백하나이다. 오늘 성녀 클라라의 모범을 따라, 세상의 헛된 욕심을 버리고 당신께만 온전히 의지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주소서. 제게 주어진 삶의 십자가가 비록 쓰디쓰게 보일지라도, 당신을 신뢰하며 삼킬 때 꿀처럼 단 은총이 됨을 체험하게 하소서. 저희가 스스로 작아져서 당신 나라의 가장 큰 기쁨을 누리는 복된 자녀가 되게 하소서. 아멘.”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온전히 기쁨과 희망으로 지고 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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