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5년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죄를 이기는 은총
오늘은 대림 시기의 기쁨이 절정에 달하는 날 중 하나입니다. 바로 한국 교회의 수호자이시며, 인류 구원의 새벽별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성모님이 원죄 없이 잉태되었다"는 교리는 “성모님이 훌륭하시다”라고 단순히 칭송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그리고 나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그 구원의 계획이 얼마나 치밀하고 은혜로운지를 보여주는 ‘희망의 사건’입니다.
오늘 전례는 인류 역사의 가장 어두운 순간과 가장 찬란한 순간을 나란히 보여줍니다. 제1독서 창세기는 인류의 비극을 보여줍니다. 첫 사람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을 피해 나무 사이에 숨습니다. 죄는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두려운 존재’로, ‘피해야 할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창세 3,10)라는 아담의 고백은, 죄로 인해 깨어진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숨어 있는 인간을 내치지 않으시고, 이미 구원의 약속을 주십니다. 뱀의 머리를 짓밟을 여인의 후손, 곧 구원자를 약속하십니다.
오늘 복음은 그 약속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담을 그릇을 준비하셨습니다. 죄로 오염된 그릇에는 거룩하신 분이 담길 수 없기에, 하느님께서는 마리아가 잉태되는 첫 순간부터 원죄의 물듦 없이, 오직 은총으로 가득 채워 보호하셨습니다. 천사 가브리엘은 마리아를 “은총이 가득한 이”(루카 1,28)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가득하다’는 것은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성모님의 영혼은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으로 꽉 차 있어서, 죄가 들어설 자리가 조금도 없었다는 뜻입니다.
에덴동산의 하와는 유혹 앞에서 하느님께 “아니요”라고 말하며 불순종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하와’이신 마리아는 천사의 말 앞에서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시며, 온전한 “예”로 순종의 길, 구원의 문을 활짝 여셨습니다.
오늘 대축일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죄보다 은총이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나의 나약함과 죄스러움 때문에 자주 좌절합니다. ‘나는 왜 이럴까?’, ‘하느님께서 나 같은 죄인을 사랑하실까?’ 하며 아담처럼 숨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성모님을 바라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진흙탕 같은 죄의 역사 속에서도, 티 없이 깨끗한 꽃 한 송이를 피워내셨습니다. 성모님께 베풀어진 ‘원죄 없는 은총’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 모두가 도달해야 할 목표이자 희망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모님을 미리 보호하셨듯이, 우리 또한 당신의 자녀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에페 1,4)이 되기를 간절히 원하십니다. 비록 우리는 원죄를 안고 태어났고 살면서 죄를 짓지만,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통해 끊임없이 ‘은총 가득한 상태’로 초대받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성모님의 순수한 믿음을 본받읍시다. 죄의 유혹이 다가올 때, 두려움이 앞설 때, 성모님처럼 “주님,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라고 응답합시다. 우리의 수호자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마리아님, 저희가 죄의 어둠을 벗어버리고 당신처럼 은총의 빛 속에 머물 수 있도록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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