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8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의 이성으로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모순과 고통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 왜 선한 이들이 고통받고 악한 이들이 번성합니까?", "제 간절한 기도는 왜 이토록 오랫동안 침묵 속에 묻혀 있습니까?" 하는 깊은 탄식이 우리 안에서 터져 나옵니다. 삶의 풍랑 속에서 하느님마저 멀리 계신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 영혼은 깊은 갈증과 무기력함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늘 성경 말씀은 바로 그런 영적 어둠과 한계 상황 속에서 부르짖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신비로운 시간표를 신뢰하는 ‘참된 믿음’이 무엇인지 강력하게 일깨워 줍니다.
오늘 제1독서인 하바쿡 예언서와 복음은 ‘절망적인 현실’과 ‘믿음의 권능’이라는 주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바쿡 예언자는 유다 사회의 불의와 잔인한 바빌론의 횡포를 보며 하느님께 대담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찌하여 배신자들을 바라보고만 계시며 악인이 자기보다 의로운 이를 집어삼켜도 잠자코 계십니까?”(하바 1,13). 그러나 예언자는 불평에만 머물지 않고, 하느님의 답변을 듣기 위해 파수꾼처럼 초소 위에 서서 묵묵히 기다립니다. 마침내 하느님께서는 파멸의 환시가 늦어지는 것 같더라도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니 낙심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응답하시며 위대한 말씀을 남기십니다. “보라, 뻔뻔스러운 자를. 그의 정신은 바르지 않다. 그러나 의인은 성실함으로 산다”(하바 2,4). 여기서 ‘성실함’이란 하느님을 향한 꺾이지 않는 ‘신뢰와 믿음’을 뜻합니다.
이 기다림과 신뢰의 신비는 복음에서 제자들의 무기력을 꾸짖으시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이어집니다. 제자들이 고치지 못한 간질 앓는 아이를 예수님께서는 마귀를 쫓아내어 깨끗이 고쳐주셨습니다. 나중에 제자들이 따로 찾아와 자신들은 왜 마귀를 쫓아내지 못했는지 묻자, 주님은 단호하게 답하십니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마태 17,20). 그러고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 있다면 산더미 같은 문제 앞에서도 못 할 일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선포하십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은 크기가 아니라 ‘순도와 방향’이 중요합니다. 겨자씨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지만, 그 안에 살아있는 ‘생명’이 있기에 나중에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게 됩니다. 제자들이 기적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은연중에 하느님의 권능을 내 힘과 능력인 양 소유하려 했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참된 믿음이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겸손히 인정하고, 하느님께서 내 삶 안에서 일하시도록 나를 완전히 비워드리는 것입니다. 내 안에 아주 작은 겨자씨만 한 순수한 신뢰가 살아있다면, 내 인생을 가로막고 있는 절망과 불신의 산은 하느님의 권능으로 반드시 옮겨질 것입니다.
오늘은 굳건한 믿음의 지팡이를 짚고 영적 혼란에 빠진 유럽의 영혼들을 구하셨던 성 도미니코 사제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인이 살던 13세기는 이단 사상과 교회의 타락으로 인해 마치 ‘하바쿡의 밤’처럼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도미니코 성인은 세상의 위협 앞에서도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말씀만을 무기 삼아 ‘도미니코회’를 창설하고, 밤에는 눈물로 기도하며 낮에는 자비와 진리를 선포했습니다. 성인의 성실한 믿음은 결국 온 유럽을 영적 어둠에서 건져내어 하느님 나라의 푸른 나무로 자라나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하느님의 응답이 더디게 느껴질지라도 그분의 시간표에는 단 한 순간의 오차도 없습니다. 내 상황이 겨자씨처럼 초라해 보여도 괜찮습니다. "주님, 저는 무력하지만 전능하신 당신께 제 삶을 온전히 맡깁니다"라고 고백하십시오. 그 순수한 신뢰 위에 하느님의 위대한 기적이 시작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빵의 형상으로 낮아지신 예수님의 위대한 겸손이자 우리 믿음의 영양분입니다. 이 생명의 양식을 모신 우리는 더 이상 세상의 파도에 흔들리는 나약한 존재가 아닙니다. 도미니코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눈앞의 거대한 산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일상으로 돌아갑시다. 의인은 그의 성실함과 믿음으로 삽니다. 여러분 안에 심어진 그 작은 믿음의 씨앗이 마침내 여러분의 가정과 공동체 안에 하느님 나라의 참된 평화와 기쁨으로 가득 피어나기를 축복합니다. 아멘.

주님!! 겨자씨처럼 초라한 제 영혼을 어여삐 여기시고 받아주소서. 당신께 오로지 의탁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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