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28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 기념일
오늘은 교회의 위대한 스승이자 영적 거인이신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 학자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의 저서 《고백록》에서 하느님을 만난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이렇듯 오래고 이렇듯 새로운 아름다움이시여, 늦게야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당신은 제 안에 계셨건만 저는 바깥에 있었고, 줄곧 바깥에서 당신을 찾았습니다.”
오늘 복음의 처녀들처럼, 아우구스티노 역시 오랜 방황의 시간 동안 영혼의 등불을 켜지 못한 채 어둠 속을 헤맸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참된 신랑이신 주님을 만났을 때, 그의 영혼은 눈부신 사랑의 빛으로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묻고 계십니다. “그대들의 영혼에는 지금 사랑의 등불이 밝혀져 있습니까?”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세상이 쫓는 화려함과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쉽게 꺼지는 등불인지 경고하며, 오직 그리스도라는 영원한 지혜를 주님과 함께 준비해야 함을 가르쳐줍니다. 제1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세상의 지혜와 하느님의 지혜를 극적으로 대비시킵니다. 세상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기적이나 정교한 말재주를 찾지만, 바오로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멸망할 자들에게는 십자가에 관한 말씀이 어리석은 것이지만, 구원을 받을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힘입니다”(1코린 1,18). 세상의 눈에는 무력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십자가가 사실은 죽음을 이겨내는 하느님의 가장 깊은 지혜라는 뜻입니다. 젊은 시절 세상 철학 속에서 방황하던 아우구스티노가 결국 무릎을 꿇은 곳도 바로 이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 앞이었습니다.
이 지혜를 삶으로 살아내는 태도가 오늘 복음의 ‘열 처녀의 비유’에 담겨 있습니다. 다섯은 미련했고 다섯은 슬기로웠습니다. 미련한 처녀들은 겉으로는 등을 들고 있었지만, 정작 신랑이 늦어질 때를 대비한 ‘기름’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한밤중에 신랑이 도착했을 때, 기름이 없던 이들은 결국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채 문이 닫히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복음에서 슬기로운 처녀들은 기름을 나누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며 말합니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마태 25,9). 언뜻 야박해 보이지만, 여기에는 엄격한 영적 진리가 숨어 있습니다.
외적인 신앙의 형태인 ‘등불’은 성당 공동체 안에서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등불을 실제로 타오르게 만드는 내면의 ‘기름’은 결코 남에게서 빌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기름이란 하느님과 나 사이에 맺어진 인격적인 사랑의 관계, 그리고 그 사랑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묵묵히 실천해 온 선행을 의미합니다. 마지막 날 주님 앞에 설 때, 우리는 타인의 공로가 아닌 오직 내 영혼의 그릇에 채워진 나만의 기름으로 주님을 맞이해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노 역시 어머니의 기도라는 등불 아래 있었지만, 결국 스스로 회개와 사랑의 기름을 채웠을 때 비로소 하느님의 참된 자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날 세상은 우리에게 화려한 ‘외적인 등불’을 꾸미라고 요구합니다. 사회적 지위나 성공이라는 등불을 드는 데 온 정신을 빼앗기게 만듭니다.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봉사를 하며 ‘외적인 등불’은 들고 있지만, 정작 영혼 안쪽의 ‘사랑의 기름’은 바닥나 등불이 꺼져가고 있지는 않습니까? 일상에서 이웃을 향해 쉽게 짜증이 나고 날카로운 말이 나간다면, 그것은 지금 내 영혼의 기름이 부족하다는 신호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에게 다정하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겉만 그럴듯한 등불을 들고 서 있느라 고단하지 않느냐? 이제 바깥에서 방황하기를 멈추고 내 십자가 앞에 머물며 사랑의 기름을 다시 채우려무나.”
성 아우구스티노는 오랜 방황 끝에 주님을 만났지만, 그 이후의 삶은 오직 하느님만을 향해 타오르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지나간 방황의 시간에 매여 낙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주님은 오늘 이 순간 당신을 향해 돌아서는 우리의 가난한 마음을 기쁘게 안아주십니다. 세상의 헛된 지혜를 내려놓고, 하느님의 힘이요 지혜이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굳게 붙잡읍시다. 그리하여 언제 주님이 오시더라도, 가슴 속에 채워진 풍성한 사랑의 기름을 가지고 기쁘게 신랑을 맞이하는 복된 신앙인이 됩시다.
“하느님의 힘이시며 지혜이신 주 예수님, 저희가 세상의 헛된 학문과 안일함 속에서 헤매며 정작 주님을 맞이할 영혼의 기름을 준비하는 데 소홀했음을 뉘우치나이다. 오늘 성 아우구스티노의 기념일을 지내며, 저희에게도 주님을 늦게야 사랑했음을 아파했던 그 뜨거운 통회의 마음을 허락하소서. 오늘 모시는 성체의 힘으로 저희 영혼의 그릇을 당신 자비로 가득 채워주시고, 저희가 매일의 일상 속에서 기도와 자비의 기름을 성실히 준비하게 하소서.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