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24일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오늘, 우리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복음의 주춧돌이 된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제자가 될 필립보의 인도를 따라 찾아온 한 사람을 바라보시며,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극찬을 건네십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요한 1,47). 이 칭찬의 주인공이 바로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바르톨로메오 사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의 화려한 겉모습이나 능력이 아니라, 그 내면에 깃든 ‘진실함’을 알아보셨습니다.

오늘 전례의 말씀들은 겉치레와 편견을 벗겨내고 하느님 앞에 오롯이 마주 서는 영혼이 어떻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에 참여하게 되는지 보여줍니다. 제1독서인 요한 묵시록은 하느님의 영광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천상 예루살렘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 거룩한 도성의 성벽에는 열두 초석이 있고, 그 위에는 ‘어린양의 열두 사도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세상의 눈에는 평범했던 사도들이, 하느님 앞에서는 천상 성전을 떠받치는 가장 견고하고 영광스러운 주춧돌이 된 것입니다.

이 영광스러운 초석 중 하나가 된 바르톨로메오의 첫 부르심 이야기가 오늘 복음에 펼쳐집니다. 처음에 그는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이었습니다. 필립보가 나자렛 출신의 예수를 만났다고 하자,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요한 1,46) 하며 냉소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러나 그는 "와서 보시오"라는 친구의 말에 직접 예수님을 찾아 나서는 솔직함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그런 그를 보시며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고 하셨고, 깜짝 놀란 그가 자신을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결정적인 말씀을 하십니다.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요한 1,48). 이 한마디에 그의 편견은 눈 녹듯 사라지고 위대한 신앙 고백을 터뜨리게 됩니다.

당시 유다 사회에서 ‘무화과나무 아래’는 단순히 더위를 피하는 그늘이 아니라, 경건한 이들이 인간의 시선을 피해 묵묵히 율법을 명상하며 하느님께 진실한 기도를 바치던 영적인 공간이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 그를 보았다고 하신 것은 그가 아무도 보지 않는 은밀한 자리에서 하느님 나라를 갈망하며 진리를 찾던 순수한 마음을 이미 다 알고 계셨다는 뜻입니다. 주님은 바로 그 속이 진실한 마음을 보셨기에 그의 편견을 깨뜨려 주셨고, 마침내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요한 1,51)이라는 천상의 신비를 약속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포장’의 시대입니다. 우리는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혹은 상처받지 않으려고 저마다 단단한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습관은 우리의 신앙생활 안에도 스며듭니다. 성당에서는 거룩한 척하지만 일상에서는 이기적으로 변하는 위선을 부리기도 하고, 기도의 자리에서조차 솔직한 감정을 감춘 채 기계적인 기도문만 바치곤 합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의 가식을 꿰뚫어 보시며 부드럽게 말씀하십니다. “얘야, 내 앞에서는 가면을 벗어도 괜찮단다. 네가 아파하고 고뇌하던 그 ‘무화과나무 아래’의 순간을 내가 이미 다 보고 있었단다.” 주님은 우리의 완벽함이 아니라, 우리의 ‘거짓 없음’을 원하십니다.

“참되시고 진실하신 주 하느님, 저희가 주님 앞에서도 제 허물과 편견을 감춘 채 거짓되게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뉘우치나이다. 오늘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의 축일을 지내며, 저희에게도 맑고 솔직한 눈을 허락하소서. 저희가 삶의 분주함 속에서도 늘 자신을 돌아보는 ‘무화과나무 아래’의 침묵을 잃지 않게 하소서. 오늘 모신 성체의 힘으로 저희 안의 모든 위선과 거짓을 씻어 주시어, 하느님과 이웃 앞에 투명하고 진실한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소서. 아멘.”

댓글

  1. 성경을 묵상하면서 제가 묵상하는 성경 내용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신부님의 말씀을 통해 그 뜻과 깊이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신앙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신부님!!
    고맙습니다.
    제가 어두운 밤길을 헤매일 때면
    말씀으로 저희 곁에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만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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