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21일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
오늘은 가톨릭교회의 위대한 목자이신 성 비오 10세 교황 기념일입니다. "모든 것을 그리스도 안에서 쇄신하겠다"는 신념으로 교회를 이끄셨던 성인은 특히 어린이들이 일찍 첫영체를 모실 수 있도록 배려하며, 모든 신자가 성체성사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하도록 이끄신 ‘성체의 교황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 율법 학자가 예수님을 시험하고자 묻습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당시 유다인들은 수백 개가 넘는 복잡한 규정들에 얽매여 살고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신앙의 본질을 관통하는 가장 명쾌한 답을 주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39).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영적으로 죽어 마른 뼈처럼 황량해진 우리 삶을 다시 살려내는 유일한 에너지가 바로 ‘사랑’임을 선포합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구약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장엄한 환시를 목격합니다. 주님의 영이 이끄신 골짜기에는 마른 뼈들이 가득했습니다. 이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이스라엘 백성의 영적 상태를 상징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를 통해 말씀을 전하시자 뼈들이 맞춰지고 살이 오르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하느님의 ‘숨’(생기)이 들어가자 그들이 살아나 엄청난 군대를 이룹니다. 하느님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약속하십니다. “내가 너희 안에 내 영을 넣어 주어 너희를 살린다”(에제 37,14).
이 마른 뼈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하느님의 숨결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선포된 ‘사랑의 계명’입니다. 율법 조항에만 갇혀 하느님의 마음을 잃어버린 채 ‘마른 뼈’처럼 굳어 있던 이들에게, 예수님은 오직 사랑만이 인간을 살리는 유일한 구원의 길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서로 “이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는 두 계명이 동등하게 중요하며, 결코 분리될 수 없음을 뜻합니다. 하느님 사랑이 뿌리라면, 이웃 사랑은 그 뿌리에서 피어나는 열매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내 곁에 숨 쉬는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으로 증명됩니다. 반대로 하느님을 사랑하는 기도의 자리에서 그분의 자비를 공급받지 못하면, 우리 힘만으로는 이웃을 끝까지 품어 안을 수 없습니다.
오늘날 현대 사회는 바쁘고 똑똑하게 돌아가지만, 인간관계는 점점 더 메말라가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겉모습만 남은 ‘의무감’에 갇히기 쉽습니다. 미사에는 참례하지만 마음속에 기쁨이 없고, 가정으로 돌아가면 사소한 일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줍니다. 성당 봉사를 하면서도 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이웃을 판단하고 미워합니다. 사랑의 숨결이 빠져나간 신앙은 골짜기의 마른 뼈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 주님은 우리의 건조한 가슴을 보시며 "내 사랑의 숨을 들이쉬어라. 그래야 네가 살 수 있다"라고 다정하게 초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른 뼈처럼 살아가던 우리를 결코 그대로 두지 않으시고, 오늘의 미사를 통해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무덤을 열어 사랑의 영을 채워 주십니다. 내가 먼저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나야 내 가정과 이웃도 나를 통해 흘러가는 주님의 숨결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머무는 모든 곳에서 메마른 영혼들을 살려내는 기쁨의 기적을 일구어 가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생명을 주시는 주 하느님, 저희가 율법의 형식과 세상의 분주함에 갇혀, 신앙의 본질인 당신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자비를 잊은 채 마른 뼈처럼 건조하게 살았음을 고백하며 뉘우치나이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에게 보여주신 생기의 기적을 저희 삶 안에도 일으켜 주소서. 성 비오 10세 교황의 전구를 청하오니, 저희가 매일 모시는 성체성사 안에서 주님의 타오르는 사랑을 배우게 하소서. 마음과 목숨과 정신을 다해 주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의 힘으로 제 곁의 이웃을 제 몸처럼 아끼고 섬김으로써, 저희의 가정이 살아나고 공동체가 생명으로 가득 차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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