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8일 연중 제20주간 화요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매우 당혹스러우면서도 강력한 비유를 던지십니다. 어제 복음에서 많은 재물 때문에 슬퍼하며 떠나간 부자 청년의 뒷모습을 보시며 하신 말씀입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마태 19,24). 이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큰 충격을 받아 “그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며 술렁였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는 우리 손에 쥐어진 것들이 얼마나 허무한지 일깨우시며, 구원의 참된 주권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내 힘과 소유를 의지하는 교만을 버리고, 오직 하느님 한 분만을 삶의 중심에 모시는 전적인 신뢰’라는 주제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에제키엘 예언자를 통해 티로의 군주를 꾸짖으십니다. 티로는 당시 해상 무역으로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리던 풍요로운 도시였습니다. 풍요에 취한 군주는 마음이 교만해져 이렇게 외쳤습니다.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의 자리에, 바다 한가운데에 앉아 있다”(에제 28,2). 하느님은 그를 향해 “너는 사람이지 신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며, 그가 의지하던 재물과 지혜가 침략 앞에서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질지 경고하십니다. 재물이 주는 풍요가 인간을 스스로 신의 자리에 앉히는 무서운 ‘교만’을 낳은 것입니다.

티로 군주의 교만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경고하신 ‘부자의 위험성’과 일맥상통합니다. 여기서 ‘부자’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내 재산, 지식, 경험이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하느님 없이도 내 힘으로 완벽하게 살 수 있다고 믿는 모든 ‘영적 부자’를 의미합니다. 낙타가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할 수 없듯이, 자신의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린 사람에게는 하느님의 은총이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제자들은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탄식했습니다. 당시 유다 사회는 부를 하느님의 축복으로 여겼기에, 부자조차 어렵다면 누가 구원받겠느냐는 절망이었습니다. 이때 예수님께서는 구원의 핵심을 관통하는 위대한 선언을 하십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마태 19,26). 이에 베드로 사도가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저희는 어떤 보상을 받겠습니까?”라고 묻자,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이는 백 배의 보상과 영원한 생명을 받으리라고 축복하십니다.

구원은 나의 계명 준수나 선행으로 얻어내는 성과급이 아닙니다. 오직 인간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자비에 매달릴 때 거저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려면 그 거대한 몸집을 실 가닥처럼 갈아내야 하듯, 우리 안의 교만과 소유욕, 고집의 덩치를 주님 앞에서 철저히 깨뜨릴 때 비로소 우리는 하늘나라의 좁은 문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성공하고 부자가 되라고 부추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연중에 재산, 지위, 자녀의 성공을 내 삶의 안전지대로 삼고 우상으로 숭배하곤 합니다. 심지어 신앙 안에서도 “내가 기도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봉사를 얼마나 오래 했는데” 하며 나의 공로를 쌓아 올리는 ‘영적 부자’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의 큰 시련이나 죽음 앞에서 우리가 가진 돈과 명예는 우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주님은 오늘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가벼워지라고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주님을 위해 내 소유와 집착을 버릴 때 우리는 결코 가난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 한 분만으로 온전히 충만해지는 참된 부유함을 맛보게 됩니다. 매일 하느님 앞에서 나의 무력함을 고백합시다. 움켜쥔 집착을 조금씩 놓아버립시다. 오늘 우리가 모시는 성체는 온 우주의 주인이시면서도 우리를 위해 작은 빵 한 조각으로 낮아지신 예수님의 극진한 비움입니다. 성체를 모시며 우리 안의 교만도 함께 비워냅시다.

“자비로우신 주 하느님, 저희가 세상의 풍요에 눈이 멀어 내가 내 삶의 주인인 양 교만하게 살아왔음을 고백하며 뉘우칩니다. 티로 군주에게 내리신 경고를 거울삼아, 세상의 허무한 것들에 두었던 저희의 신뢰를 거두게 하소서. 인간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셨으니, 저희의 완고함과 집착을 당신 은총으로 부수어 주시고 오직 주님의 자비만을 구하는 가난한 영혼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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