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7일 연중 제20주간 월요일
오늘 복음에는 세상적인 기준으로 보면 무엇 하나 부러울 것 없는 한 젊은이가 등장합니다. 그는 많은 재산과 젊음,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모두 가졌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계명을 철저히 지켜온 성실한 신앙인이었습니다. 이 완벽해 보이는 젊은이가 예수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묻습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마태 19,16.20). 이 질문은 당당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는 세상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과 불안이 숨어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우리 신앙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르는 결단의 말씀을 통해 그 해답을 제시하십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내려놓고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해야 한다는 무거운 영적 과제를 던져줍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명령을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눈의 즐거움이었던 아내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거두어가시며,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말고 묵묵히 예언자의 직무를 수행하라고 하십니다. 이는 곧 닥쳐올 예루살렘의 멸망이라는 비극 앞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슬퍼할 겨를도 없이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함을 보여주는 ‘예표’였습니다. 에제키엘은 자신의 가장 큰 인간적 슬픔마저 하느님의 표징을 위해 제단에 바쳐야 했던 것입니다.
이 아픈 내려놓음의 신비는 오늘 복음의 젊은이에게도 요구됩니다. 계명을 다 지켰다는 그에게 예수님께서는 진정한 ‘완전함’의 길을 보여주십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예수님은 지금 그가 목숨처럼 의지하던 ‘재물’이라는 안전지대에서 걸어 나오라고 초대하십니다. 에제키엘이 아내에 대한 슬픔을 내려놓았듯, 이 젊은이 역시 재물에 대한 소유권을 내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복음의 결말은 안타까운 탄식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이 말씀을 듣고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마태 19,22).
젊은이는 "아직도 무엇이 부족합니까?"라고 물으며,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무언가 선한 행실을 ‘더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진단은 정반대였습니다. 그에게 부족한 것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그의 손에 꽉 쥐어진 재물이 하느님이 들어오실 자리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는 재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실상은 재물이 그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고 싶은 갈망보다 재물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기에, 그는 결국 기쁨 대신 ‘슬픔’을 선택하고 주님을 떠나갔습니다.
참된 신앙생활은 하느님을 위해 무언가를 자꾸 더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하느님 아닌 것들을 마음에서 하나씩 ‘빼가는’ 과정입니다. 움켜쥔 고집, 자존심, 미래에 대한 과도한 걱정과 물질적 집착을 내려놓지 않으면, 주님이 주시는 참된 자유와 하늘 보물이 들어올 자리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내려놓으라고 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비교할 수 없는 하늘의 보물인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선물로 주시기 위함입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 아무것도 담을 수 없지만, 손을 활짝 펼치면 주님의 보물을 가득 채울 수 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자신의 슬픔을 넘어 온전히 순종함으로써 이스라엘의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 한 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음을 삶으로 보여주는 복음의 예표가 됩시다. 내려놓으면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주님 안에서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기쁘게 손을 펴고 주님의 손을 잡읍시다.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하늘나라의 신비를 체험하며, 참된 평화와 영원한 생명의 기쁨을 누리는 복된 자녀들이 되시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비움과 충만의 주 하느님, 저희가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지상에서 쥐고 있는 물질과 고집을 내려놓지 못해 슬퍼하며 주님을 멀리했음을 뉘우치나이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의 순종을 기억하며, 제 삶의 가장 소중한 것까지 당신의 섭리 앞에 맡겨드릴 수 있는 굳건한 믿음을 주소서. 제 영혼에 무언가를 더 채우려 애쓰기보다, 하느님을 가로막고 있는 제 안의 집착들을 과감히 비워내게 하소서. 오늘 모신 성체의 은총으로 저희의 움켜쥔 손을 펼치게 하시고, 사랑을 나눔으로써 하늘의 영원한 보물을 차지하는 참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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