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4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일


오늘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라는 죽음의 골짜기에서,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놓으신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의 순교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성인께서는 어둠의 한복판에서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위대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미움은 파괴하지만, 사랑만이 창조합니다.” 오늘 하느님께서는 이기심과 분열로 멍든 우리 시대를 향해, 결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의 법’을 선포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깨어지기 쉬운 인간의 약속과 이를 완성하시는 하느님의 절대적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영적 배신을 아프게 지적하십니다. 비천하던 시절 하느님의 과분한 사랑으로 왕비처럼 고귀해졌음에도, 이스라엘은 제 아름다움에 취해 하느님을 배신했습니다. 인간적인 계약대로라면 당장 파기되어 마땅한 배신이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인간의 허물보다 컸습니다. “나는 네가 어린 시절에 너와 맺은 내 계약을 기억하고, 너와 영원한 계약을 세우겠다”(에제 16,60).

이처럼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당신의 자비로 완전히 덮어주심으로써, 우리를 다시 부끄럽게 만들고 진정한 회개로 이끄십니다. 이 영원한 사랑의 성격은 복음에서 예수님의 ‘혼인 가르침’으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은 혼인이 인간의 편의나 조건에 따라 맺고 끊는 계약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친히 짝지어 주신 신성한 신비임을 일깨우십니다.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마태 19,6).

주님께서 말씀하신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은 단순히 부부 관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우리 영혼의 관계 그리고 우리가 이웃과 맺는 사랑의 본질을 꿰뚫는 영적 통찰입니다. 세상은 철저히 조건에 따라 움직입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면 곁에 두고, 손해가 되거나 마음이 맞지 않으면 쉽게 갈라섭니다. 하지만 참된 사랑은 ‘조건 없는 투신’입니다. 우리가 죄를 지어 하느님께 상처를 입혀도 그분은 당신의 계약을 결코 파기하지 않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우리를 붙드셨습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셨기에, 우리 역시 맺어진 인연들을 쉽게 갈라놓거나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콜베 신부님의 삶은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을 온몸으로 증명한 현대의 복음이었습니다. 1941년 아우슈비츠, 한 죄수의 탈옥으로 10명의 수인이 아사형에 처해질 위기에 놓였을 때, 지목된 이 중 하나가 “내 아내! 내 자식들!”이라며 절규했습니다. 그때 콜베 신부님이 앞으로 걸어 나가 말했습니다. “나는 가톨릭 사제입니다. 저 사람에게는 아내와 자식들이 있으니, 내가 저 사람 대신 죽겠습니다.”

나치 수용소는 오직 생존을 위해 타인을 밀고하고 갈라치던 비인간적인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콜베 신부님은 그 지옥 같은 곳에서도 타인의 고통과 나의 삶을 갈라놓지 않으셨습니다. 아사 감옥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도하고 찬미가를 부르며 어두운 무덤을 하느님의 성전으로 변화시키셨습니다. 성인의 희생은 미움 가득한 세상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열매를 창조해 낸 것입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이기심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매 미사 때마다 성체를 모십니다. 성체는 당신을 배신한 인류와 ‘한 몸’을 이루기 위해 우리 안에 들어오시는 예수님의 위대한 투신입니다. 이 성체의 힘으로 우리는 이웃의 허물을 덮어줄 수 있는 자비의 마음을 공급받습니다.

여러분이 맺고 있는 부부의 연, 가족의 끈, 신앙 공동체의 일치는 하느님께서 친히 축복하신 신비입니다. 오늘 하루, 콜베 신부님을 기억하며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심고,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가져오는 평화의 사도가 됩시다. 여러분이 일상에서 베푸는 작은 인내가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깨어진 관계를 다시 결합하는 놀라운 기적이 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영원한 계약의 주 하느님, 저희가 이기심 때문에 하느님이 맺어주신 소중한 인연들을 쉽게 원망하고 갈라놓으려 했음을 뉘우치나이다.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의 순교를 기리오니, 저희에게도 이웃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여기는 사랑의 용기를 허락하소서. 세상이 미움으로 가득할지라도 “사랑만이 창조한다”는 진리를 삶으로 선포하게 하시고, 오늘 모신 성체의 힘으로 저희의 삶을 결코 갈라놓을 수 없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로 가득 채워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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