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2일 연중 제19주간 수요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가장 힘겨운 숙제는 무엇일까요?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 문제도 크지만, 결국 우리를 가장 깊이 아프게 하고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갈등’입니다. 가정과 직장, 심지어 성당 공동체 안에서조차 우리는 서로 오해하고 상처를 주고받습니다. 마음이 틀어지면 상대방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고통이 되고, 결국 우리가 소중히 가꾸어 온 공동체의 평화는 깨어지고 맙니다.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죄로 인해 깨어진 거룩함의 위기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영적 책임감’이라는 주제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제1독서에서 에제키엘 예언자는 가슴 아픈 환시를 목격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우상숭배와 불의가 극에 달하자, 마침내 주님의 영광이 성전을 떠나가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머무셔야 할 거룩한 성전이 죄로 더러워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모두를 멸망시키지 않으십니다. 예루살렘의 가증한 일들 때문에 "탄식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제 9,4)의 이마에 표징을 찍어 그들을 구원하십니다. 공동체의 죄악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며 눈물로 기도하는 이들을 통해, 하느님은 다시 자비의 손길을 펴십니다.
죄로 얼룩진 공동체의 거룩함을 회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오늘 복음에서 선포됩니다. 주님께서는 형제가 죄를 지었을 때 뒷공론을 하거나 소문을 내는 대신, 단계별로 실천할 것을 당부하십니다. 첫째는 ‘가서 단둘이 만나 그의 잘못을 타이르는 것’입니다. 이 절차의 핵심은 상대를 단죄하여 쫓아내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그 영혼을 부끄럽지 않게 보호하고 회복시켜 ‘형제를 얻기 위함’(마태 18,15 참조)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약속하십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마태 18,19).
우리는 누군가 나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복음의 말씀과는 반대로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당사자와 마주할 용기는 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람의 험담을 늘어놓으며 내 편을 만들고 상대를 고립시키려 합니다. 결국 이러한 행동은 공동체에 더 큰 분열을 가져오고, 주님의 영광이 우리 곁을 떠나게 만드는 안타까운 결과를 낳습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단둘이 만나라”는 권고는 대단한 영적 용기를 요구합니다. 내 감정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그 형제의 영혼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마음을 모으는 것은 하늘 문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단 두세 사람이라도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그 척박한 관계의 자리에 예수님께서 친히 현존하시어 평화의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오늘날 우리는 너무나 쉽게 손가락질하고 너무나 빨리 관계를 끊어버리는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SNS 공간에서 단 한 번의 잘못으로 누군가를 매장하는 냉혹한 논리가 우리 가정과 신앙 공동체 안까지 침투해 들어오기도 합니다. 가족 모임에서 사소한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수년째 등을 돌린 가족이 있습니까?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냉대하는 교우가 있습니까? 상대를 마음속으로 단죄하는 동안 우리 영혼의 성전은 평화를 잃고 황폐해집니다. 우리는 "저 사람 때문에 마음에 안 들어"라고 비난하기보다, "주님, 저희의 나약함을 용서하시고 제 마음에 평화를 주소서" 하고 함께 탄식하며 기도하는 파수꾼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부터 마음속에 앙금이 남아있는 형제가 있다면 그의 허물을 다른 이에게 옮기지 않는 ‘침묵의 절제’를 시작해 보십시오. 내 힘으로는 안 되지만, 주님의 손을 잡고 그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 마음을 달라고 먼저 청하십시오. 주님은 의인들만 모인 완벽한 곳이 아니라, 죄지어 넘어지기 쉬운 연약한 인간들이 서로 용서하려고 버둥거리는 그 가련하고 겸손한 모임 중에 함께하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일치와 평화의 주 하느님, 저희가 형제의 허물을 보면 쉽게 판단하고 소문내며, 정작 사랑으로 타이르고 화해할 용기는 내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뉘우치나이다. 오늘 에제키엘 예언자의 말씀처럼, 저희가 이웃의 아픔과 갈등을 보며 비난하기보다 함께 탄식하며 기도하는 자비로운 마음을 갖게 하소서. 저희에게 내 자존심을 내려놓고 형제에게 먼저 다가가는 용기를 주시고, 두세 사람이라도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그 자리에 함께 계시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신뢰하며, 저희 삶터에 하느님 나라의 아름다운 평화의 교향곡을 연주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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