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8월 1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

8월의 첫날을 시작하는 오늘, 성경 말씀은 우리에게 인간의 평가와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 오직 하느님의 진리만을 바라보는 ‘참된 용기’가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성전이 파괴될 것이라는 하느님의 엄중한 경고를 그대로 전했다는 이유로, 사제들과 거짓 예언자들에게 붙잡혀 사형 재판을 받게 된 것입니다. 성전 뜰을 가득 메운 군중과 고관들 앞에서도 예레미야는 도망치거나 말을 바꾸지 않고 눈을 들어 당당하게 선포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이 집과 도성에 대하여 여러분이 들으신 이것을 예언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의 길과 행실을 고치고, 주 여러분의 하느님 말씀을 들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여러분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거두실 것입니다. 이 내 몸이야 여러분 손에 있으니 여러분이 보기에 좋을 대로 바르게 나를 처리하십시오(예레 26,12-14).

인간적인 두려움을 이겨내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만을 기준 삼았던 이 의연한 태도는 고관들과 백성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사람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시고, 아히캄의 손길을 통해 예레미야를 죽음의 위기에서 건져주십니다.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느님의 편에 설 때,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백성을 책임져 주신다는 위대한 신앙의 승리를 보여줍니다.

반면,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영주 헤로데는 예레미야와 정반대의 비참한 길을 걸어갑니다. 헤로데는 동생의 아내와 혼인하는 죄를 저질렀고, 세례자 요한은 이를 "옳지 않다"고 엄히 꾸짖었습니다. 헤로데는 요한을 죽이고 싶었지만, 그를 예언자로 여기는 군중의 눈치가 두려워 감옥에 가두어 두기만 했습니다.

비극은 허영과 향락이 가득한 생일 잔칫날에 일어납니다.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추자 흥이 난 헤로데는 "무엇이든 청하는 대로 주겠다"고 만백성 앞에서 맹세합니다. 어머니의 조종을 받은 딸이 요한의 머리를 청하자, 성경은 헤로데의 비겁한 내면을 이렇게 기록합니다.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 주라고 명령을 내리고”(마태 14,9). 헤로데는 요한이 의로운 사람임을 알고 있었기에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그는 ‘손님들 앞’이라는 체면, 곧 사람들의 시선과 평판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었습니다. '약속을 어기면 사람들이 비웃겠지?'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그는 자신의 양심을 짓밟고 의인의 목을 베는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고 맙니다.

오늘은 위대한 윤리신학자이자 고해성사의 주보성인이신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를 기억합니다. 성인이 살던 시대에는 죄인들을 무섭게 단죄하는 엄격주의가 만연했습니다. 그러나 알폰소 성인은 사람들의 비난과 시선에 굴하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용서만을 선포하셨습니다. 성인은 가장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을 찾아다니며 고해소에서 눈물 흘리는 죄인들을 따뜻하게 품어 안으셨습니다. 세상의 법과 평판보다 한 영혼을 살리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이 더 큼을 온 삶으로 증언하신 분입니다.

우리는 자주 ‘사람들의 눈’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둡니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두려움은 우리의 양심을 쉽게 무너뜨립니다. 세상의 평판은 바람처럼 흔들리지만,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느님의 눈길은 영원하고 정확하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를 짓누르던 체면과 허영의 옷을 과감히 벗어던집시다. 성 알폰소 성인의 전구를 청하며, 고해소에서 우리를 아무 조건 없이 품어주시는 주님의 자비로운 눈빛만을 바라봅시다. 사람 앞에서는 겸손하되 하느님 앞에서는 당당하게 걸어가는 복된 8월의 첫날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자비와 진리의 주님, 저희가 하느님의 눈치보다 사람들의 시선을 더 두려워하며 체면 때문에 양심을 저버렸던 비겁함을 용서하소서. 어떤 위협 속에서도 당신의 말씀을 당당히 선포했던 예레미야의 용기를 주시고, 영혼들을 사랑으로 품었던 성 알폰소의 따뜻한 마음을 주소서. 그리하여 저희가 세상의 헛된 감옥에서 벗어나, 당신께서 주시는 참된 자유와 평화 속에서 이 한 달을 기쁘게 시작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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