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7월 3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오늘은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한 분이자, 우리에게는 ‘의심 많은 제자’로 익숙한 성 토마스 사도 축일입니다. 복음서 속 토마스 사도의 모습은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의 솔직한 자화상일지도 모릅니다. 주님께서 의심의 안개 속에서 헤매던 토마스를 어떻게 당신의 빛으로 이끄셨는지, 그리고 그 여정이 오늘 우리에게 어떤 희망을 주는지 함께 묵상해 봅시다.

다른 제자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뵙고 기쁨에 겨워 외칠 때, 그 자리에 없었던 토마스는 냉정하게 선언합니다.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요한 20,25). 우리는 흔히 토마스를 불신앙의 대명사로 여기며 쉽게 비난하곤 하지만, 그의 의심 안에는 사실 ‘진짜’ 주님을 만나고 싶다는 간절한 열망이 숨어 있었습니다. 남들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내 삶의 현장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직접 체험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 역시 시련 앞에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하느님이 계신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라는 의심은 하느님을 향한 반역이 아니라, 더 깊은 신앙으로 나아가기 위해 겪어야 하는 영혼의 성장통일 수 있습니다.

여드레 뒤, 예수님께서는 다시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토마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씀하십니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27). 주님은 토마스의 의심을 꾸짖거나 외면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부활의 상처를 기꺼이 내어주십니다. 그 자비로운 사랑 앞에서 토마스는 더 이상 증거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 엎드려 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신앙 고백을 터뜨립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요한 20,28). 이 고백은 머리로 깨달은 지식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주신 주님의 자비에 완전히 사로잡힌 영혼의 사랑 노래였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에페 2,20)이라고 강조합니다. 교회의 기초가 된 사도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성인들이 아니었습니다. 베드로는 주님을 부인했고, 토마스는 의심했으며, 다른 제자들은 두려움에 도망쳤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허물 많고 흔들리던 이들의 ‘약함’ 위에 당신의 거룩한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그들의 인간적인 나약함이 주님의 자비와 부활의 은총을 만나 단단한 ‘반석’으로 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부족함 투성이인 우리 역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타인들과 함께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는”(에페 2,22) 소중한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시다. 나는 내 안의 의심과 불안을 숨긴 채 형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토마스처럼 솔직하게 주님 앞에 내어놓고 있습니까? 나는 내 삶의 상처 속에서, 나를 위해 상처 입으신 예수님의 손과 옆구리를 발견하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말씀하신 후 우리 모두를 향해 소중한 축복을 남기셨습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요한 20,29). 이 행복 선포의 주인공이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는 비록 눈으로 주님을 뵙지 못하지만, 성체성사와 이웃의 사랑을 통해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날마다 체험합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마다 토마스 사도의 고백을 나지막이 읊조려 봅시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우리의 의심보다 더 크신 주님의 자비가 여러분의 영혼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실 것입니다.

“저희의 믿음을 이끄시는 주님, 토마스 사도의 의심을 자비로이 받아주셨듯이 저희의 연약한 믿음과 흔들리는 마음도 가엾이 여겨 주소서. 눈에 보이는 세상의 확증을 찾기보다, 보이지 않는 당신의 사랑을 신뢰하는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 삶의 모든 순간에 오직 당신만이 ‘내 주님, 내 하느님’이심을 당당히 고백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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