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7월 27일 연중 제17주간 월요일
오늘 성경 말씀은 하느님과 우리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밀착되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동시에, 비록 지금 우리의 모습이 작고 보잘것없을지라도 하느님의 손에 들려질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위대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포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 예언자에게 매우 독특하고 시각적인 ‘몸짓 언어’로 예언하게 하십니다. 아마포 띠를 사서 허리에 두르고, 그것을 유프라테스 강가 바위 틈새에 숨겨두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꺼내 본 베 띠는 물기와 흙 때문에 완전히 썩어 아무 쓸모가 없게 되어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상한 아마포 띠를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영적 진리를 가르쳐 주십니다. “이 띠가 사람의 허리에 붙어 있듯이 내가 온 이스라엘 집안과 온 유다 집안을 나에게 붙어 있게 한 것은 그들이 내 백성이 되어 명성과 칭송과 영광을 얻게 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순종하지 않았다”(예레 13,11).
허리띠는 사람의 몸에 가장 가깝고 단단하게 밀착되어 있을 때만 제 구실을 합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 곁에 바짝 붙어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를 때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는 거룩한 존재 이유와 영광을 지니게 됩니다. 그러나 유다 백성들은 하느님의 품을 벗어나 세상 유혹의 상징인 유프라테스 강가로 가버렸습니다. 주님의 허리에서 풀려나 세상의 습기 속에 방치된 영혼은 바위 틈새의 아마포 띠처럼 스스로 썩어갈 뿐입니다. 주님의 허리에 단단히 묶여 그분으로부터 생명의 진액을 받는 영혼들은 오늘 복음이 말하는 ‘겨자씨’와 ‘누룩’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겨자씨에 비유하십니다. 겨자씨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작고 미미한 씨앗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땅에 심겨 자라나면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이 깃들게 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오늘 아침 바친 짧은 화살기도 한 줄, 가족에게 건넨 다정한 말 한마디가 바로 내 영혼에 심기는 겨자씨입니다. 당장 눈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하느님의 은총이 더해질 때 그 작은 씨앗은 거대한 사랑의 나무가 되어 이웃들에게 따뜻한 쉼터를 내어주게 됩니다.
또한 하늘나라는 밀가루 속에 숨겨진 작은 누룩과 같습니다. 누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반죽 속에 온전히 녹아들어 자기 형체를 잃어버리지만, 반죽 전체를 부풀려 맛있는 빵으로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힘을 지닙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 속의 누룩이 되어야 합니다. 성당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거친 반죽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어야 합니다. 내가 머무는 직장과 가정에서 그리스도인의 향기를 풍기며 세상의 가치관을 하늘나라의 가치관으로 맛있게 변화시키는 존재가 바로 우리입니다.
신앙은 큰일을 해내는 영웅주의가 아니라, 주님 곁을 떠나지 않는 겸손함이며 내 삶의 자리에서 작은 누룩이 되는 성실함입니다. 오늘 하루, 내 고집으로 주님의 허리에서 풀려나려 했던 교만을 내려놓읍시다. 썩어 없어질 베 띠가 아니라, 세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천국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생명의 주님, 저희가 당신의 품을 벗어나 세상의 안락함과 교만 속에 머무르며 스스로 썩어가는 아마포 띠처럼 살았던 나약함을 용서하소서. 저희를 당신의 허리에 사랑으로 다시 단단히 동여매어 주소서. 비록 저희의 힘과 믿음이 작은 겨자씨처럼 보잘것없을지라도, 당신의 은총 속에서 자라나 상처 입은 이웃을 품어주는 큰 나무가 되게 하시고, 세상 속에서 사랑을 전하는 거룩한 누룩이 되게 하소서. 아멘.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