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7월 15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 기념일
오늘 전례의 말씀은 신앙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인 ‘교만’과,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여는 열쇠인 ‘겸손’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며 우리를 깊은 성찰로 초대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아시리아 왕의 안하무인 격인 교만을 준엄하게 꾸짖으십니다. 당시 아시리아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주변 민족들을 압도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승리는 이스라엘의 죄를 정화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그들을 잠시 ‘도구’로 쓰신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아시리아 왕은 자신의 힘과 지혜로 이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착각에 빠졌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어리석은 영적 오만을 향해 날카로운 비유를 던지십니다. “도끼가 도끼질하는 사람에게 뽐낼 수 있느냐? 톱이 톱질하는 사람에게 으스댈 수 있느냐?”(이사 10,15). 도끼나 톱은 그것을 쥐고 사용하는 주인이 있을 때만 비로소 가치를 지닙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건강, 지혜, 성공은 모두 하느님이라는 거룩한 ‘손’이 우리를 도구 삼아 베풀어 주신 은총의 산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교만한 자들과 겸손한 이들의 운명이 어떻게 갈리는지 선포하시며 아버지 하느님을 찬미하십니다.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 지혜롭다는 자들과 슬기롭다는 자들에게는 이것을 감추시고 철부지들에게는 드러내 보이시니,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마태 11,25). 여기서 ‘똑똑한 자’는 지식이 많은 이가 아니라, 자신의 아집과 기득권에 갇혀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을 뜻합니다. 반면 ‘철부지’는 어린아이처럼 자신의 무력함을 인정하고 부모의 손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가난한 영혼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겸손하게 당신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만 당신 나라의 가장 깊고 아름다운 신비를 열어 보이십니다.
오늘은 위대한 신학자이자 주교이셨던 성 보나벤투라를 기억합니다.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성인이지만, 그의 방에는 수많은 책 대신 오직 십자가 하나만이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학문의 원천을 묻는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게 보나벤투라 성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의 지식은 오직 저 십자가의 예수님 발치에서 기도로 얻은 것뿐입니다.” 성인은 학문의 최정상에 있으면서도 마음만큼은 하느님 앞에 늘 낮은 ‘철부지’로 머물렀던 것입니다. 나를 비워내지 않으면 하느님의 은총이 들어설 자리가 없습니다. 오늘 하루, 교만의 도끼를 내려놓고 십자가 아래 나지막이 엎드립시다. 내가 낮아질 때, 하느님의 눈부신 자비가 여러분의 마음속에 가득히 차오를 것입니다,.
“지혜의 근원이신 주님, 저희가 가진 작은 재능에 도취되어 당신 손에 쥐어진 도구일 뿐인 저희의 처지를 잊었던 교만을 용서하소서. 세상의 아집으로 마음을 채우기보다, 당신 없이는 살 수 없는 어린아이의 겸손을 주소서. 오늘 성 보나벤투라의 모범을 따라 오직 십자가 앞에서 무릎 꿇게 하시고, 겸손한 자에게만 드러내시는 당신 나라의 신비를 기쁘게 맛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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