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7월 10일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오늘 전례의 말씀은 험난한 세상 속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지녀야 할 현실적인 지혜와 함께, 우리가 언제나 삶의 닻을 내려야 할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에 대해 들려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말씀을 건네십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마태 10,16).
주님은 신앙의 길이 결코 평탄한 꽃길이 아님을 분명히 하십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기심과 시기, 물질주의 등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이리 떼 같은 가치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그 속에서 말씀대로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신앙인은 때로 바보 취급을 당하거나 손해를 보고, 심지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조차 오해와 미움을 받기도 합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주님이 제시하신 처방전은 바로 이것입니다.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 10,16).
뱀 같은 슬기로움은 악한 세상의 유혹과 음모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입니다. 무조건 착하기만 해서 세상의 꾐에 쉽게 넘어가는 어리석음을 경계하고, 무엇이 하느님의 뜻이며 무엇이 악의 유혹인지 명확히 분별하는 지혜를 뜻합니다. 비둘기 같은 순박함은 세상의 수단에 물들지 않는 마음의 순수함입니다. 세상을 분별하되 나 또한 세상처럼 똑같이 영악해지거나 남을 속이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을 신뢰하는 깨끗한 마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슬기로움만 추구하다가 영악한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되며, 순박함만 고집하다가 대책 없이 당하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세상 한가운데서도 복음의 향기를 풍길 수 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세상이 우리를 법정에 넘기고 채찍질할 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십니다. 박해의 순간에 우리가 해야 할 말을 하느님께서 직접 일러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20). 내 얄팍한 지식이나 변명으로 세상을 이기려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주님 곁에 순박하게 머물러 있을 때, 우리 안의 성령께서 가장 완벽한 시기에 필요한 지혜와 용기를 우리 입에 담아주실 것입니다.
이번 주간 내내 이스라엘의 죄를 아프게 꾸짖었던 호세아 예언서는 오늘 마지막 장에 이르러 감동적인 화해와 회복을 선포합니다. 하느님은 지금도 우리를 향해 “돌아오라”고 애타게 부르고 계십니다. “그들에게 품었던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이제 내가 반역만 꾀하는 그들의 마음을 고쳐 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호세 14,5-6).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리 떼 속에서 지치고 상처받아 슬기로움을 잃고 순박함을 더럽혔을지라도, 하느님께 돌아가기만 하면 그분은 우리를 온전히 치유해 주십니다. 하느님은 메마른 우리 영혼에 밤사이 내리는 부드러운 이슬이 되어주시는 분입니다. 그 이슬을 머금은 영혼은 다시 나리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게 될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험악할지라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우리 뒤에는 우리의 배반까지도 기꺼이 고쳐주시는 자비로운 하느님이 계시고, 우리 안에는 이리 떼를 이길 지혜를 주시는 성령께서 함께 계십니다. 오늘 하루, 복잡한 인간관계와 문제들 앞에서 뱀 같은 분별력을 달라고 청합시다. 동시에 마음의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비둘기 같은 순박함을 구합시다. 주님의 이슬을 머금고 세상 속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지혜와 자비의 주님, 저희를 늑대 같은 세상 속에 파견하시며 늘 염려하고 지켜주심에 감사하나이다. 저희에게 세상을 꿰뚫어 보는 슬기로움을 주시어 악에 걸려 넘어지지 않게 하시고, 동시에 당신만을 바라보는 순박함을 주시어 세상의 모진 마음에 물들지 않게 하소서. 지치고 상처받은 모습 그대로 당신께 돌아가오니, 오늘 저희 영혼에 새 이슬을 내려주시고 다시금 아름답게 피어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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