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6일 부활 제5주간 수요일

갈등을 넘는 일치

오늘 우리는 초대교회가 마주했던 구체적인 갈등의 현장과, 그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가 되는 예수님의 아름다운 비유를 함께 묵상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우리도 뜻하지 않은 의견 대립이나 마음의 상처를 겪곤 하지만, 오늘 주님은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비결이 무엇인지 명확히 일러주십니다.

유다 출신 신자들이 이방인 신자들에게 "모세의 관습에 따라 할례를 받지 않으면 구원을 받을 수 없다"(사도 15,1 참조)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복음의 본질인 은총보다 형식적인 율법을 앞세운 행위였습니다. 이때 사도들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며 분열하지 않고, 예루살렘의 사도들과 원로들을 찾아가 함께 지혜를 모았습니다. 교회는 갈등이 없는 곳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주님의 이름으로 함께 모여 성령의 도우심을 청하는 곳입니다. 내 고집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함께 식별하는 과정 자체가 바로 부활의 삶입니다.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본질은 오늘 복음에 담겨 있습니다. “나는 참포도나무요 나의 아버지는 농부이시다”(요한 15,1). 가지는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으며, 오직 나무에 붙어 있어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온갖 시련 속에서도 우리가 무너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참포도나무이신 예수님께 굳건히 붙어 있는 것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요한 15,4)는 말씀은 단순히 성당이라는 공간에 머무는 것을 넘어, 매 순간 주님의 말씀을 의식하고 그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사랑을 실천하는 살아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주님께 붙어 있는 사람은 어떤 고난의 가뭄 속에서도 결코 시들지 않는 푸른 잎을 유지합니다.

농부이신 하느님께서는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시려고 가지를 깨끗이 손질하십니다. 이는 우리를 아프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큰 사랑을 담게 하시려는 농부의 세심한 손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아픔이나 자존심이 깎이는 경험, 계획했던 일이 틀어지는 순간들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우리 영혼의 불필요한 잔가지들을 쳐내시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기나'라고 원망하기보다, '주님께서 나를 더 성숙한 신앙인으로 다듬고 계시구나'라고 믿음으로 고백해 봅시다.

우리는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까? 세상의 평가입니까, 아니면 주님의 사랑입니까?. 내 안의 불필요한 욕심의 잔가지들을 주님께 기꺼이 내어드리고 있습니까? 주님은 약속하십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요한 15,7). 우리가 주님과 하나 될 때, 우리의 소망은 자연스럽게 주님의 뜻과 일치하게 되며 결국 가장 좋은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오늘 하루,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작은 가지가 되어 봅시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애쓰기보다, 주님이 주시는 생명의 수액인 은총을 듬뿍 받아들이는 평온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갈등과 시련 속에서도 당신께 굳건히 붙어 있게 하시고, 당신의 손길로 저희를 다듬으시어 풍성한 사랑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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