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25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십자가 아래에서 맺어진 새로운 가족
오늘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프면서도 가장 거룩한 위탁의 장면을 마주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홀로 남겨질 어머니와 제자를 바라보시며, 인류 구원을 위한 마지막 유언과도 같은 말씀을 남기십니다.
성모님은 이제 '교회의 어머니'로 새로 태어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성모님을 향해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요한 19,26)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어머니'가 아닌 '여인'이라 부르신 것은 단순히 거리를 두는 표현이 아닙니다. 이는 창세기에서 뱀의 머리를 짓밟을 여인의 후손을 약속하셨던 그 예언이, 지금 이 십자가 아래서 완성되고 있음을 선포하시는 것입니다. 성모님은 이제 예수님 개인의 어머니를 넘어, 예수님의 몸인 교회의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아드님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칼이 당신의 영혼을 꿰찌르는 고통 속에서도, 성모님은 그 아픔을 온 인류를 품는 해산의 고통으로 승화시키셨습니다.
성모님을 우리 마음의 집에 기쁘게 모셔야 합니다. 예수님은 제자 요한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고 말씀하셨고, 성경은 "그때부터 그 제자가 그분을 자기 집에 모셨다"(요한 19,27)라고 기록합니다. 요한은 베드로처럼 앞장서지는 않았지만, 끝까지 십자가 곁을 지켰던 신의 있는 제자로서 교회를 대표하여 성모님을 어머니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유는 그것이 십자가 위에서 주님이 남기신 마지막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성모님을 우리 마음의 집에 모실 때, 교회는 비로소 차가운 제도를 넘어 따뜻한 어머니의 품을 갖춘 사랑의 공동체가 됩니다.
성모님은 기도로 교회를 지탱하시는 분입니다. 성령 강림 직전, 제자들이 두려움에 떨며 다락방에 모여 있을 때 성모님은 그들 한가운데 계셨습니다(사도 1,14 참조). 성모님은 흔들리는 제자들의 신앙을 기도로 붙들어 주셨고, 성령의 불길이 그들에게 내려앉을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주셨습니다. 오늘날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시련을 겪고 분열될 때, 성모님은 우리 곁을 지키며 우리가 다시 하나의 가족이 되도록 빌어주십니다. 성모님은 우리를 당신의 아들 예수님께로 이끄는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며, 어머니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는 결코 길을 잃지 않습니다.
연중 시기를 시작하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주님의 유언대로 성모님을 내 마음의 집에 기쁘게 모시고 있습니까? 또한 성모님처럼 고통받는 이들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사랑을 실천하고 있습니까? 오늘 하루, 우리 인생의 십자가 아래서 눈물 흘릴 때 성모님이 곁에 계심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서로를 어머니로, 아들과 딸로 받아들일 때, 이 세상은 주님이 꿈꾸셨던 아름다운 교회가 될 것입니다.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님, 저희를 당신의 자애로운 품에 안아주소서. 십자가의 고난 중에도 주님을 끝까지 따르셨던 당신의 믿음을 저희에게 나누어 주시고, 저희가 세상 속에서 주님의 사랑을 증언하는 충실한 교회가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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