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23일 부활 제7주간 토요일
멈추지 않는 복음
드디어 부활 시기의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우리는 사도행전과 요한 복음이 각각 어떻게 마무리를 짓는지 목격합니다. 사도행전은 바오로가 로마에서 가택 연금 상태로 복음을 전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고, 요한 복음은 예수님의 행적을 다 기록하기엔 세상도 부족하다는 고백으로 끝을 맺습니다. 이 두 열린 결말은 이제 복음의 역사를 이어갈 주인공이 바로 우리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마침내 로마에 도착합니다. 비록 죄수의 몸으로 쇠사슬에 묶여 가택 연금 중이었지만, 성경은 놀라운 표현을 씁니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사도 28,31). 바오로의 몸은 비록 묶여 있었으나,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말씀은 자유로웠으며 오히려 그 제약 속에서도 찾아오는 모든 이를 환대하며 복음을 전했습니다. 우리 역시 질병, 경제적 어려움 혹은 관계의 단절이라는 인생의 쇠사슬에 묶일 때가 있지만, 그 상황조차 하느님의 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내가 처한 그 좁은 자리에서도 주님을 찬미하고 사랑을 실천한다면, 그것이 바로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길이 됩니다.
복음에서 베드로는 곁에 있는 동료 제자인 요한의 운명을 궁금해하며 묻습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요한 21,21). 그러자 예수님은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요한 21,22). 우리는 자꾸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왜 나만 이런 십자가를 져야 하지?'라고 불평하곤 하지만, 주님은 각자에게 맞는 고유한 사명을 주셨습니다. 요한은 오래 살아 주님의 사랑을 기록하는 사명을, 베드로는 죽음으로써 주님을 증언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의 길이 아니라, 오늘 나에게 건네시는 "너는 나를 따라라"는 주님의 초대입니다.
복음의 마지막 구절은 예수님이 하신 일들을 낱낱이 기록한다면 이 세상도 그 책들을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전합니다. 이는 2000년 전의 기록이 부족하다는 뜻이 아니라, 예수님의 사랑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각자의 삶 속에서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고 있기에 그 기록은 결코 끝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사도행전이 마침표를 찍지 않고 끝나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바오로 이후의 29장을 써 내려갈 사람은 바로 성령을 받은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로써 부활 제7주간의 여정이 끝납니다. 내일은 성령 강림 대축일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무엇에 묶여 있습니까? 그 안에서도 바오로처럼 담대하게 주님을 신뢰하고 있습니까? 요한 복음의 마지막 페이지 뒤에 이어질 사랑의 기록은 오늘 여러분이 행하는 작은 선행과 용서로 채워져야 합니다. 오늘 하루, 내 삶의 사슬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주님의 은총을 묵상하며, 내일 오실 성령님을 맞이할 뜨거운 마음의 빈자리를 마련합시다.
“주님, 저희가 어떤 제약 속에서도 당신의 나라를 선포하는 담대함을 갖게 하소서. 남과 비교하며 흔들리지 않고 오직 당신께서 제게 주신 길을 묵묵히 따르게 하시며, 저희의 삶이 당신 사랑의 끝나지 않는 기록이 되게 하소서.” 아멘.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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