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22일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랑의 응답

성령 강림 대축일을 이틀 앞둔 오늘, 전례는 우리 신앙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 앞에 우리를 세웁니다. 바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라는 주님의 물음입니다. 이 물음은 배반의 상처를 안고 있던 베드로를 치유하고, 그를 교회의 반석으로 다시 세우는 생명의 부름이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총독 페스투스는 아그리파스 임금에게 바오로의 재판에 관해 보고합니다. 세상의 눈에 바오로의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미 죽은 예수라는 이가 살아 있다고 바오로가 주장하는 것”(사도 25,19 참조)이 재판의 쟁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죽음이 끝이라고 믿는 세상의 논리에서 '살아 있는 예수'는 한낱 논쟁거리일 뿐이지만, 바오로에게 부활하신 주님은 감옥과 재판조차 두렵지 않게 만드는 실제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우리 역시 세상 속에서 예수님의 살아계심을 증언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증거는 화려한 말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흐르는 부활의 기쁨과 사랑이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숯불을 피워놓으시고 베드로에게 물으십니다. 이 숯불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이나 부인했던 그 아픈 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주님은 베드로의 잘못을 꾸짖는 대신, 세 번의 질문을 통해 그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죄책감을 씻어내 주십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6)라는 물음에 베드로는 이제 더 이상 자신만만하게 장담하지 못합니다. 대신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요한 21,15)라고 고백하며,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님의 아심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 주님은 이 겸손한 사랑의 고백 위에 당신의 소중한 양들을 맡기십니다.

주님은 베드로에게 뛰어난 신학 지식이나 조직 관리 능력을 묻지 않으셨습니다. 오직 사랑 하나만을 확인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일을 하고 이웃을 돌보는 유일한 동기는 오직 주님을 향한 사랑이어야 합니다. 주님은 베드로가 장차 겪게 될 순교를 예고하시며, 참된 사랑은 주님을 위해 나를 내어주는 것임을 일깨워 주십니다. 오늘 전례력으로 기억하는 '불가능한 일의 성녀' 리타 역시 고통스러운 시련 속에서도 오직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인내하며 평화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늘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과거의 실수와 죄책감 때문에 주님께 다가가기를 주저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신앙은 완벽한 사람이 걷는 길이 아니라,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사랑을 믿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의 길입니다. 주님은 오늘 여러분의 약함을 다 알고 계시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사랑을 원하십니다.

오늘 하루, 베드로처럼 겸손하게 고백해 봅시다. "주님, 제가 부족하지만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고백이 여러분의 삶을 새롭게 하고, 여러분 곁에 있는 주님의 양들을 돌볼 수 있는 큰 힘을 줄 것입니다. “주님, 저희의 나약함을 아시는 당신께 저희의 사랑을 드립니다. 배반의 상처까지도 사명의 씨앗으로 바꾸시는 당신의 자비에 의탁하오니, 저희가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며 당신의 양들을 정성껏 돌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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