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21일 부활 제7주간 목요일

 

일치를 향한 기도

성령 강림 대축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오늘, 전례는 우리에게 두 가지 강렬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나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사도 바오로의 담대한 증언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믿는 이들이 사랑으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목숨이 위태로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앞에 당당히 서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안위보다 신앙의 본질을 먼저 생각하며, 부활을 믿지 않는 이들 앞에서 죽은 이들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선포합니다. 그날 밤, 주님께서는 바오로 곁에 서서 말씀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너는 예루살렘에서 나를 위하여 증언한 것처럼 로마에서도 증언해야 한다"(사도 23,11). 주님은 바오로를 고난에서 즉시 빼내 주신 것이 아니라, 곁에 서 계심으로써 더 큰 사명의 길로 나아갈 용기를 주셨습니다. 우리 인생의 예루살렘과 같은 고난의 자리에서 주님을 증언할 때, 주님은 우리를 더 넓은 세상인 로마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대사제 기도는 절정에 달합니다. 놀라운 점은 주님의 기도가 당시의 제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는 이들만이 아니라 이들의 말을 듣고 저를 믿는 이들을 위해서도 빕니다"(요한 17,20)라는 말씀처럼 오늘날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가장 큰 소망은 바로 일치입니다. 이 일치는 단순히 의견을 맞추는 모임을 넘어,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 사이에 흐르는 지고한 사랑이 우리 안에도 흐르게 해달라는 간절한 요청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며 하나 될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하느님의 살아계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이 일치야말로 가장 강력한 선교가 됩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영광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영광은 지상의 화려함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 그 사랑 안에 머무는 은총을 뜻합니다.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반목하고 시기할 때 주님의 영광은 가려지지만,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하나 되려 노력할 때 우리 얼굴에는 부활하신 주님의 빛이 드러나게 됩니다.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내 삶의 고난 앞에서 주님의 "용기를 내어라" 하시는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까? 공동체와 가정의 일치를 위해 나의 고집과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내려놓고 있습니까? 바오로 사도가 로마라는 원대한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세상 속에서 하나 되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는 예수님의 기도에서 나옵니다.

오늘 하루, 내 곁에 서 계신 주님을 의식하며 용기를 냅시다. 그리고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요한 17,21)라는 주님의 기도가 나의 삶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랑의 사도가 됩시다. “주님, 저희가 시련 중에도 당신의 현존을 믿으며 용기를 내게 하소서. 저희가 서로 사랑함으로써 당신과 하나 되게 하시고, 그 일치의 신비를 통해 세상에 당신의 살아계심을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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