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2026년 5월 20일 부활 제7주간 수요일

 

일치와 거룩함으로의 초대

성령 강림을 며칠 앞둔 오늘, 전례의 분위기는 비장하면서도 뜨겁습니다. 어제에 이어 사도 바오로의 눈물 어린 고별 설교가 마무리되고, 예수님께서는 세상에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십니다. 이 두 장면은 모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손길에 소중한 이들을 맡기는 신뢰라는 깊은 울림을 전해줍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에페소 원로들과 마지막 포옹을 나눕니다. 다시는 얼굴을 볼 수 없으리라는 슬픔에 모두가 목을 놓아 울지만, 바오로는 인간적인 정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동체를 위협할 거짓 교사들을 경계하라고 당부하며, 결론적으로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사도 20,32)라고 선언합니다. 사람의 보살핌에는 한계가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움직이며 사람을 성장시키고 하늘의 상속 재산을 나누어 줄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그를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물게 하고, 하느님의 손에 온전히 의탁하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위해 일치와 기쁨 그리고 거룩함을 청하십니다. 주님은 가장 먼저 "이들도 우리처럼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요한 17,11)라고 기도하시며, 우리가 성부와 성자의 사랑의 신비 안에 머물기를 바라십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존재가 아니라, 거친 세상 한복판에서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주님의 기도에 힘입어 복음의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야 합니다. 진정한 거룩함이란 세상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의 말씀을 기준으로 살아가는 '구별됨'이며, 우리가 이 진리 안에 머물 때 주님의 충만한 기쁨이 우리 안에도 가득 차게 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는 걱정과 불안으로 소중한 이들을 옥죄고 있습니까, 아니면 주님의 은총에 그들을 기쁘게 맡기고 있습니까? 바오로 사도와 에페소 원로들이 눈물 속에서도 서로를 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몸은 떨어져도 성령 안에서 하나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지금도 하늘 보좌에서 우리가 하나가 되기를 빌어주고 계십니다.

오늘 하루, 내 곁의 사람들을 주님의 손에 맡겨드리는 기도를 바쳐봅시다. 세상의 풍조에 흔들리기보다 주님의 말씀이라는 닻을 내리고, 주님이 주시는 거룩한 기쁨을 누리는 복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주님, 저희가 당신의 은총의 말씀에 온전히 의탁하게 하소서. 저희 가정이, 저희 공동체가 당신 안에서 일치를 이루게 하시고, 세상의 유혹 속에서도 진리로 저희를 거룩하게 하시어 당신의 기쁨을 증언하게 하소서.” 아멘.



댓글

  1. 주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는것! 오늘 하루도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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